꼬마주부의 알.콩.달.콩
5.뿔뚝이
"이게 뭐야, 좀 치워. 왜 이렇게 쌓아놨어?"
퍼즐 맞추기를 하려고 꺼내 놓고 덮어 놓은 여러권의 잡지책을 보고 퇴근한 남편은 잔소리를 시작했어요.
"치울거야. 그리고 쌓아 놓는 건 내 취미다. 뭐."
"니가 쌓아놓는게 어디 책 뿐이냐? 여기도 쌓아놨잖아. 뿔뚝이!"
그러면서 꼬집은 곳은 바로 저의 풍만한 배.
"우와~이 뿔뚝한 배는 대체 무슨 잡지냐? 백과사전? 영어사전?"
"뭐가 어때서!"
"어휴, 이게 뭐야, 너, 뱃살 굵기가 여성지 정도 되면 위험한거랬어. 넌 대체 몇 권이냐?"
하긴, 내가 생각해도 배가 나오긴 나왔어요. 아기주머니가 생긴 듯.
"뭐, 다 오빠 때문이지. 결혼 전에 이러지 않았다. 뭐."
"어휴, 핑계대지마, 이 뿔뚝아. 니 배 나온게 왜 내 탓이냐?"
"여자는 결혼하면 다 나온다 뭐. 다 남편들 때문이야. 이유가 뭐있겠어? 멀쩡하다가 이렇게 배가 나오는 이유가."
"맨날 먹기만 하니까 그렇지!"
"결혼 전에도 먹기만 했는데 이렇게 나오진 않았다, 뭐!"
"됐어. 이 뿔뚝아, 뿔뚝아! 아후, 이 뿔뚝아."
신랑이 하두 뿔뚝이, 뿔뚝이 하니까 이제는 왠만큼 놀려서는 전 꿈쩍도 안해요.
오히려 신랑 놀려 줄려고 내 배를 앞으로 디밀며 "이것봐, 오늘은 이만큼 나왔어."그러죠.
그러면 신랑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바탕 난리를 쳐요. "힉? 아후, 이 뿔뚝이. 혹시..너? 아기 가진거 아냐? 검사해보자, 응?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뿔뚝할 순 없어."
전 신랑이 놀라는게 너무 재밌어서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계속 먹기만 하면서 배의 평수를 늘려갔죠.
그런데, 몇 주 전이예요.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는 대중 목욕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체중계의 숫자를 본 순간,
전 "끄악!"했어요.
무려...살 찌기 시작해서 5kg 돌파를 한 거예요. 이런 숫자는 태어나서도 첨이예요. 너무 놀란 나머지 몇 번이고 다시 올라갔지만...올라갈수록 숫자는 0.몇씩 더 늘어나는 것만 같았죠.
목욕 하는 내내 그 숫자가 아른거려 제대로 밀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어요.
"나, 5kg로 돌파했어."
"헉? 뭐야? 아휴, 그것 봐. 그게 다 뱃살이야. 아후, 이 뿔뚝이. 아기도 안 났는데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해!"
"오늘부터 밤에 암것도 안 먹을거야."
"안 먹을 생각 말고 운동 해. 일루와봐. 나처럼 팔 굽혀 펴기 하고 윗몸 일으키기 하고. 알았지?"
"엉."
하지만, 워낙 운동을 싫어해서 몇 번 하는 척만 하다 말았어요.
밤에 먹지 않아야지 . 하지만 배가 고픈거예요. 안 먹겠다고 했으니 보는 앞에서 먹을 수도 없구.
신랑이 씻더군요. 전 그 때를 틈타 재빨리 밥 한그릇을 뚝딱했죠. 하지만 두 숟갈 정도 남겨 놓고 신랑에게 들켰어요.
"이그, 안 먹는다더니. 배고파? 안 먹겠다고 하지 말고 조금씩 먹어. 알았지?" 신랑은 제가 불쌍했는지 부드럽게 말해 주더군요. 전 구박 않는 신랑의 말에 힘입어 다시 한 그릇을 채워 먹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본 신랑은
"으힉! 또 먹어? 이 뿔뚝이. 아후, 안 먹는다더니. 계속 먹고. 그러니까 배만 그렇게 나오지. 이 뿔뚝아, 그게 어디 사람의 배냐? 뿔뚝이. 배만 뿔뚝, 뿔뚝..."
몸무게에 충격 받았던 저는 어느새 그 사실은 까맣게 잊고 오늘도 신랑 간식 핑계 대면서 밤 중에 열심히 먹고 신랑은 한 숨을 쉬며 "뿔뚝이, 뿔뚝이"하며 걱정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