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만 느껴지던 40여일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다음 월요일이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아이의
유치원 개학일이다
대체 유치원은 왜 기숙하는 곳은 없는겐지
대체 유치원 방학은 왜 이다지도 긴지......
온갖거리 말썽으로 애미에게 야단도 많이 맞고 불엉덩이라고
조막만한 궁딩이에 손매도 맞고 보냈던 방학이었다
이른아침 엄마 아빠 기상시간에 맞춰 함께 일어나 온종일
뛰어 놀고 저녁시간 목욕까지 마친 직후에도 흐르는 땀이
물에서 막 건진 마냥으로 기운차게 뛰어노는 천하장사
우리 딸.....
조잘조잘 나불나불 재잘재잘 ......
하루 온종일 쉼없이 떠들어대는 수다는 애미의 입심을
능가하고도 남는 지지배배 딸......
낼모레 개학일이라며 엄마들 몇몇의 청소 일손을 필요로
한다는 연락이 유치원 측으로부터 왔다
다른것은 몰라도 아이들 놀고 생활하는 공간을 거진 한달
만에 치우는 일이라 흔쾌히 응하였다
소인국에 들어온듯 느껴지는 조그만 책상 그리고 한벌인
조그만 의자들, 지난 학기동안 아이들이 주무르고 만들
었을 찰흙인형과 사용처를 짐작하기 어려운 형태의 그릇들
삐뚤삐뚤 그림처럼 쓰여진 갖가지 이름과 내용들......
- 나는 커서 공주가 되고 싶어요~
딸 아이의 이름 밑에 크게 쓰여진 장래희망이었다
웃음도 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이곳저곳 쓸고 닦으며 딸아이의 지난 학기동안의 흔적들을
들춰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이의 생각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고 어리광 부리고 말썽이나
피우는 줄 알았던 아이가 혼자의 힘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그려서 완성시킨 작품들이 팔불출 애미의 마음을 또 한번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유치원에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나선 걸음이 아이의 자취를
훑어나가는 동안으로 감사함으로 바뀐다
숙제나 준비물을 갖추지 못했을때 어쩔수 없이 맡아야 했던
청소당번이 애미가 된 지금엔 또 하나의 행복한 시간이
되어 질수도 있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