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에서
같은 닉네임을 쓴다는 반가움에 멜을주고 받은지가 벌써 일년.
다움에 내가 가입한 까페가 있었다.
그곳에서의 내 닉네임은 유령.
상대의 닉네임은 유령낭군.
( 작년에 꽁방에 글 올렸었음 )
그쪽에서 먼저 반갑다고 손인사를 건네왔고
나 역시도 그 손인사에 답을 해 주었다.
다음번의 멜에서는 조심스럽게 가끔 소식을 전해도 되느냐고...
상관없다고 멜 보내시라고 그리 말을 했었다.
한통, 두통.. 멜들이 오가고.
하나씩 둘씩 서로의 신상에 대해 알아들 갔다.
나이는 나보다 한살위였고 남매를 둔 한가정의 가장.
그리고 직업은 나이트크럽의 부장이라고 했고
며칠에 한통씩 오는 멜은 항상 이른 아침시간 이었다.
생각없이 주고 받던 소식이 수십통에 달했고.
주로 서로의 내용은 아이들얘기와
낭군의 마누라 얘기 각시의 남편얘기.
호칭또한 서로의 닉 네임을 따라 나는 그사람에게 유령낭군님!
혹은 그냥 낭군님으로 불렀었고
그 사람은 내게 각시라는 호칭을 썼었다.
우린 닉 때문에 사이버상에서 부부, 구신부부가 된 것이었다.
그냥 친구처럼 편안했었다.
낭군도 내게 속상한 얘기 힘든얘기들을 가끔씩 하였고
나 역시도 많이 힘들때는 힘들다고 깊은 속 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내색하며 그렇게 시간들을 보냈었다.
정확히 처음 멜이 온것이 언제인지도 몰랐는데
며칠전에는 낭군님에게서 멜이와서는 일주년 기념 행사를 묻는다.
8 월 21 일이 사이버상의 우리부부 결혼기념일 이라고.
웃엇고...
재미있다.
무얼할까? 이벤트를 열어야 하나?
이벤트를 연다면 무얼로 어떻게 열어야 하나?
고민끝에 손전화를 알려 주기로 했다.
멜의 끝부분에 내 손전화 번호를 주고...
남편도 아이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니 힘들때 전화하라고
그리 말을 했었다.
그 사람의 존재는 남편도 이미 알고 있는데다 가끔은 멜도 함께 읽어보니
특별히 죄 될것은 없겟다 싶은 마음이었고
딸아이 역시도 그냥 사이버 부부 하라며 동의를 해 준다.
답장이 왔고 그 사람의 손 전화번호도 함께 따라온다.
전화...먼저 부탁 한다고.
자기가 먼저 하기에는 조심스러우니 각시가 먼저 해 달란다.
어제저녁. 딸아이와 얘기끝에 엄마가 먼저 해 보라며
내 멜을 열어서는 핸드폰에 번호를 눌러서는 내게 건네준다.
*** 씨?
본인을 확인한후 각시라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 한다.
담담히 안부들을 주고받는다.
가슴이 조금이나마 떨릴줄 알았는데
오랜시간 서로에 대해 알아와서 그런지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다.
그냥 반갑다는거 외엔...
딸아이는 똘망한 눈을 뜨고 내 표정과 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빳빳이 고개를 쳐 들고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밤 아홉시경인데
제일로 바쁜 시간이란다.
사람들이 모두 술만먹고 춤들만 추는지...
간단한 인사로 전화를 끊고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한다.
" 엄마, 그 아저씨 술집에 근무하면 혹시 조폭아니야? "
" 글쎄다... 엄마도 모르겠다 "
" 혹시 모르니 엄마 조심해야 할거 같다. "
나이트클럽의 부장쯤 되면 조폭들과 연관이 아주 안되는것은 아니겠지만
술집= 조폭 이라는 공식도 선입견도 좋은 생각이 아닐거 같아
더이상 아이와의 대화는 진전시키지 않는다.
아직 남편에게는 통화 사실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런 얘기들을 할 시간이 없었기에...
특별한 감정도 느낌도 없이 유뷰남과 유뷰녀가 전화 통화까지 하였는데...
이건 로멘스일까?
아니면 불륜일까?
흔히들 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고들 하는데...
내 경우는 무엇이라 말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