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여행'이라면, 좀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영화 '타이타닉'의 그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를 떠올렸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바로 그런 유람선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탄 '수퍼스타 제미나이'는 그 타이타닉보다는 좀 서민적이라고 할까.
남편이 이번 여름휴가를 크루즈여행으로 하고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결사반대했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생소한 크루즈여행을 하겠나 싶어서였다.
인터넷등에서 찾아보니, 배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배가 특급호텔수준이어서, 뷔페식당,수영장,헬스장,파티장,아이놀이방,피씨방,극장,도서실,사우나,카지노,쇼핑센터등 다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관광하는 것이 아닌, 배안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여행인 것이다.
월드컵기념으로, 평택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여행이 생겼는데, 중단했다가 8월부터 다시 재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련,청도항을 경유하여 관광하고 다시 평택으로 돌아오는 항로였다.
과문한 탓인지, 평택이 항구도시라는 사실도 몰랐었는데.
망설이다가, 이런 경험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는 생각에서 여행에 동의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의 으리으리한 시설및 면세점과, 평택항의 시설및 면세점은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어차피 쇼핑은 생각도 안하긴 했지만.
제미나이호를 타기 전, 뭔지도 모르겠는 캐릭터의 분장을 한 사람과 기념사진을 의무적으로 찍어야 했는데, 이런 종류의 행사(?)는 여행기간내에 3번 정도 해야했다. 그리곤 그 사진을 좀 비싼 값으로 찾아야 했다.
물론, 안 찾아도 됐지만 안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우린 2층 객실을 계약했는데, 객실내부는 정말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표본이었다. 싱글침대가 4개 있었는데, 2층침대는 접어서 벽에 붙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장대, 욕실 전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었다.
처음엔 매우 답답했는데, 점점 그 느낌이 없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좁더라도 그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고, 또 편리하게 쓸 수만 있다면 말이다.
밤에, 2층 침대에 누워서 동그란 창문으로 밤바다의 파도 치는 광경을 보며, 조금 흔들리는 배의 요동을 느끼며 잔다는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다.
하루 4끼를 먹을 수 있었는데, 밤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밤참을 승객들은 놓치지 않았다.
분명히 집에서는 체중조절을 생각했을 사람들이, 본전을 찾겠다는 일념에서 꼭꼭 참석했다. 물론 우리도 그랬고.
평택에서 출발하고 중국을 가는 코스라 그런지, 승객들은 거의 한국인이었고 승무원들은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승무원들은 다 영어를 썼고, 우린 짧은 영어를 구사하다가 한국인 승무원을 찾게되곤 했다.
배안의 생활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었다.
매일 '네비게이터'란 선상생활의 스케쥴안내서가 각 객실에 배달되었고, 그 스케쥴에 참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였다.
단체관광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었기 대문에, 집에서의 일상생활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하면 되었다.
우린 집에서 처럼 헬스도 하고, 수영장에도 가고, 마술쇼와 춤 관람도 하고, 아이는 놀이방에 가서 놀고 하였다.
헬스기구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경쟁율을 뚫어야 했다. 수영장 역시 규모는 작았지만, 그럭저럭 쓸만 했다.
중국의 대련, 청도엔 각 6시간 정도 정박하였는데, 그건 선택관광이었다. 내려서 사진도 찍고, 아이의 목걸이, 모자등을 쇼핑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련 청도의 느낌은 발전하고 있는 중국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입국수속등을 밟을 때의 느낌은, 아직 중국이 공산주의의 옷을 벗기엔 많이 노력해야겠구나였다. 권위주의가, 관광객을 대하는 데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배 위에서의 생활은, 처음 기대한 것엔 좀 못 미쳤지만 그런대로 만족할 수준이었다. 쇼핑할 것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중국으로의 크루즈 여행코스는, 유럽쪽의 코스보다 저렴하다.
특히, 비수기일 땐 아주 저렴하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중국으로의 크루즈 여행은, 어쨌거나 특별한 경험이었고, 좋은 추억의 여행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