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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사랑하기


BY 물안개 2002-08-23

돌이라도 녹일듯 작열하던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p 날인지 모르게 연일 찡 그리던 하늘은 오늘 또 비를 내리고...

이제 그만 밝게 웃어줘도 좋으련만.

내마음도 요즈음 날마다 흐린날과 같다,

형님네가 그 건물만 사지 않았어도 우리에게 가게를 비워라 어째라

하는 막말까진 하지 않았을텐데....

재산은 많아도 현금이 돌지 않으니 우리에게 짜증만 부리는가,

앞자리 땅 임자 또한 1억 이상 투자했으니 자기땅 하나라도 찾으려

하지 않겠는가..

그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사람들을 원망 할수도 없다.

셧터가 내려진 가게는 이미 가게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장사를 할수도 없고,

우리나 되니 단골 손님 상대로 여직 장사를 했다.

그동안 낡은 구옥은 지붕이 세고 낡은 수도관이 터져서 한달 수도세가 30여만원씩

나와도 우리돈 들여서 이리고치고 저리고치고 그래도 형님댁엔 한마디

하지않고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8년을 살아 왔다.

지금이라도 3천만원 정도만 더드리고 그냥 살겠다고 하면 나가라고 하진
않겠지만 우리도 앞이 막힌 상태에서 더이상 가게세를 올려드리고 싶지 않다.

난 그래도 양장점도 하고 혼자서 집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해서 다른곳으로

이사 간다고 해서 두려울건 없는데,

남편은 한번도 남에집 가게를 세얻어서 살아보지 않은지라 엄두가 나지 않은지 요즈음 날마다 술만 마신다.

오늘 저녁도 그냥 대화로 해도 될걸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내지른다,

아이고 저 웬수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이런때 일수록 부부 일심 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남편은 이러자 그러면 저러고 저러자 하면 이런다.

꼭 어긋난 되지 발톱이다.

그냥 여기서 가게를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비우라는 날까지 있다가 그냥 비우고

좀 쉬었다 가게를 하잔다.

하지만 권리금도 없이 나가려면 물건들을 모두갖고 나가야 하는데,

많은 짐을 어디다 둘거냐 했드니 그냥 두고 나가면 될거 아니냐고.

"여보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해서 어긋장 놓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생각해서 해봐요".

"아이고 골치 아파 죽겠는데 잔소리좀 하지 말어?"

부부가 이런때 일수록 어떻게 해야 좋은지를 서로 의논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건만....

앞으로 큰일이다.

저런 남자와 함께 가게를 보러 다닌다고 생각하니 걱정 부터 앞선다.

남편이 혼자 할수있는 일거리만 있으면 주택가에 집이나 한채 사서 세돈 안나가고

쉬고 싶을때 쉬고 양장점이나 차려서 쉬엄 쉬엄 옷이나 만들고 수선이나 하면 좋으련만....

음식점 정말 하기 싫다.

오는 손님 모두 입맞 맞추어야 하고, 비위 맞추어야 하고, 아이고 이젠 그만 하고 싶지만,

남편은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나혼자만 하는 장사는 나에 희망 사항일뿐..

아이고 내 팔자야....

죽을때 까지 저 웬수와 함께 해야 하니 마음을 비우고 사랑해야지....

그래도 잘나가는 남에 남자보다 나에겐 술보, 골통, 기차 화통, 내 남편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