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얼어붙은 영하의 날씨가 하루의 일상을 깡그리
망가뜨리고 있었다
한 성직자에게 맡겨진 눈먼소녀 웅크린채 영혼도없이
그저 피부에 전해지는 그 체온으로나 살아있다는것을 깨닫게하는. 살덩어리나 다름없는 소녀를 놓고 목사는그에게
빛을 보게할날을 바라며 자신의 모든 일상을 그 소녀에게 바쳐 한마리 잃어버린 양을위해 목숨을 바치는 목자와도같이 정성을 다해 그녀의 눈과 손과 발이되어 전력한다 짜증스레 그를 돕는 아내와 그어떤 뚜렷한 가치를 알아줄리없는 아이들의 틈새에서도 그는 차츰 이성과 감정과 느낌을 섬세하게 표출해내는
소녀의 빠른 회복에 기뻐하며 헌신적인 교육을한다
눈먼 사람이 느끼는 자연세계와 볼수있는 사람이 느끼는 자연은 뭔가 다르다는것을 알게한다
캄캄한 세계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만 듣고도 그들은 더욱 밝고
섬세한 감정으로 자연을 느낀다
앞을 못보는 사람들에게 어려운것은 색갈의 구분이라고 했다
그건 정말 그럴것이다
소녀는 목사가 전해주는 지식의 양식이나 손이 닿을 수 있는 무엇이든 재빠르게 붙잡아서 끊임없는 성숙작용으로 자기것을
만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목사는 번번아 감탄한다
쉴새없이 목사의 생각을 앞지르고 뛰어넘어 그를 놀라게 하였고 이얘기 저얘기 거듭됨에따라 소녀가 그의 제자라는걸 잊을만큼 성장하는것이다
목사의아들 자크역시 젊은 대학생으로서 소녀를 사랑하게되나
한발뒤로 물러난다
흔히 사람들이 장애자를 대하듯 목사는 일종의 동정어린 사랑을했고 하나의 도덕적 책임으로 보살펴 주었지만 소녀에게 향하는 감정은 결국 이성적인 사랑이였던것은 숨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목사가 아내인 아멜리를 사랑한것은 의무적인 사랑이 더 짙었던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사실들이 목사가 제르트뤼드와가까와질 수 있는 이유는 아닐것이다
그것은 좀더 인간적이고 치열하고 피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두사람사이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마침내 소녀에게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상상했고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은 목사가아닌 아들 자크였다는 사실이 그녀를 자살로 이끌었다는것은 웬지 모호하다
그녀는 이제까지 그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의 외모만을 상상하며 사랑한것밖에 안됐을까?
아내인 아멜리나 아들 자크역시 아버지인 목사를 비난하고 정죄할 자격은 없다고본다
목사가 소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은것들. 그것은 이세상에 있어서는 안될것들. 불의 괴로움 고통 말하자면 죄의 근본되는 것들을
가르치지 않았다는것이다
항상 좋은것만을 가르쳐주었다는것 그것이 실수였든지 의도적이였든지....
그렇다고해서 목사의 모든것을 송두리채 비난하고 죄인처럼 보려는것은 제르트뤼드의 잘못된 상상은 아닐까?
그의사랑은 소녀조차도 깨달을 수 없는 애정이였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한계가 있다면 신이시여 그것은 인간들의 것일것입니다
내사랑이 비록 사람의 눈에는 죄스러운 것으로 보일지몰라도
당신 눈에는 거룩한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요 나는 그리스도를
저버리고싶지 않습니다 나는 제르트뤼드를 사랑하므로서 죄를 범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사랑은 내마음을 송두리채 뽑아버리기전에는 내마음에서 뽑아버릴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나의 사랑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도 자신의 모든 감정을 거짓없이 실토했다
우리가 우리정신의 환상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않고 현실의 낙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더 아름답고 우리의 불행은 얼마나 더 홀가분 해질까?
소녀가 죽음으로서 자크의 사랑만을 좀더 값지게 올려 놓은것처럼 고귀한 사랑이란 그렇듯 무력하게 무너져버리는것을 덕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것이 세상이다 전원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음악소리같은 그들의 사랑과 희생과 절망과안타까움.
그것은 갖가지 악기와같이 제음을 발휘하며 전원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