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들어 남편에게 너무 집착하는거 같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여성스럽다거나 남에게 기댈만큼 연약한것도 아닌데 왜이리도 남편에게 집착하고 기대려 하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젯밤도 남편을 들들 볶으며 세벽 세시가 넘어서야 잠을재웠다. 몇시간 못자고 피곤한 몸을 이끈채 이른아침 일터로 나가는 남편이 안쓰럽다.
난 왜이럴까? 하루에도 몇번씩 나 자신을 되돌아 보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조금만 섭섭한 말을 해도, 내말에 잠깐이라도 귀길이지 않아도 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그때부터 난 남편을 쉬지도 못하게 하고 한말 또하고 또하고 하면서 잠도 못자게 한다.
"당신 변했어. 예전엔 안그랬는데 지금은 말도 잘 안하고 맨날 tv만 보구. 내말은 듣지도 않는거 아냐? 사랑이 식은거지? 그렇지?" 남편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도 날 사랑하고 영원히 나만을 사랑할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말이 믿어지지 않는건 왜일까? 글쎄. 믿는 남편에게 발등찍힌 우리 불쌍한 여성들이 너무 많은 탓일까? 어딜가나 여성상담란에는 남편의 바람끼, 무관심, 불륜으로 인한 숯한 고민들이 올라온다. 그걸 보때마다 정말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남편이 자는 모습을 보면 어느땐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땐 "이남자도 언제 바람피울지 몰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편은 무척 성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다. 친구들은 모두 자상한 남편을 만나서 부럽다고 한다. 자상한 편이긴 하지만 난 성이 차지 않는다. 내가 무슨말을 하든 항상 내말에 귀기울여주고 내가 하지 말라고 하면 남편이 하던 일도 손에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남편은 만화책읽는걸 무척 좋아한다. 주로 주말저녁에 만화책을 빌려와서 일요일날 본다.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니 가만히 놔둬도 좋으련만 난 그꼴을 못본다. 내가 tv를 볼땐 남편도 같이 봐야하고 낮잠을 자도 남편을 꼭 껴안고 같이 자야 한다. 남편혼자서 다른일 하는게 너무 싫다. 난 너무 이기주의자다. 내가 하고싶은일은 다하면서 남편을 못살게군다.
컴퓨터만 해도 그렇다. 남편 혼자서 컴퓨터에 한시간만 넘게 앉아 있어도 내입이 오십리는 나온다. 그러면 남편은 내 얼굴을 흘깃흘깃 살피다가 얼른 컴퓨터를 끈다. 그런데 정작 난 내멋대로다. 내가 컴퓨터를 할땐 말도 못시키게 하고 남편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세벽 한두시가 되어서야 의자에서 일어난다.
난 친구들이나 언니들에게 착하다는 소릴 많이듣는다.
그런내가 내남편에게는 못된 아내인것이다. 모든걸 내뜻대로 해야하고 모든걸 나에게 맞춰져야 한다. 어젯밤 싸운것도 결국엔 나때문인데 난 또 남편을 괴롭혔다. 세벽 세시까지 눕지도 못하게 앉혀놓고 한말 또하고 하면서 다짐을 몇번씩이나 받고난후에야 이제 자도 된다며 남편을 놓아주었다. 남편은 요즘들어 자신이 너무 구속당하는것 같다며 좀 답답하는말을 언뜻 내비쳤다.
충분히 그럴만도 한데 난 그말이 너무너무 섭섭하고 울화가 치밀었다. "내가 뭘 구속하는데? 그렇게 구속이 싫으면 당장 이혼하면 될거아냐. 당신은 내가 싫은거지? 집에 일찍들어오기 싫으면 다른여자를 만나든 말든 난 상관안할테니 당신 맘대로 해."
난 항상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다. 남편은 무척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더이상 어떻게 맞춰주냐며 한탄도 한다. 하지만 난 남편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남편이 언급한 말에 대해 끝내 사과를 받아내고서야 싸움을 끝낸다. 정신상담이라도 받아봐야하나?
이런 내자신이 싫다. 난 누구에게나 좋은사람이란 솔릴 듣는다.
하지만 어젯밤 남편에게 나만아는 이기주의자란 소릴 들었다. 끝내 그말에 대한 사과도 받아냈다. 남편이 백번 맞는 말인데도 말이다. 남편과 결혼한지는 6개월 남짓되었다. 아마 결혼하면서부터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점점 이런증세가 생겨난거 같다. 어떨땐 이혼하고 혼자서 편히 사는게 나을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누구에게도 집착하지 않고 나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