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2

부부


BY 은빛여우 2002-08-13

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


어느새 결혼 8년째......
책으로 엮어도 시리즈 물은 됨직한 4년여의 대단한
연애기를 보냈으니 그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줄잡아
12년은 되어간다

강산이 한번은 뒤집어지고 또 한번의 몸부림을 준비
하는 기간......

요 며칠 집안의 근심스러운 일때문에 기분도 몸도
있는대로 쳐져 있었다

그다지 걱정 근심 안하는 나지만 이번일은 그냥 잠으로
넘길 일이 아니었다

한두번아니고 자꾸만 되풀이 되서 일어나는 시댁의
근심으로 이번에는 소죽은 귀신마냥 입다물고 아무말
없는 그이까지도 한통속으로 보여 미워지려던 참이었다

남들은 물려받은 재산 놓고 머리싸움을 한다는데
남들은 부모덕에 편안히 먹고 산다는데
남들은......
남들은......

기대도 않하고 바라지도 않고 살아왔지만 어떻게든 살면
살아지리라 이를 악물고 견뎌왔지만 2~3년 주기로 한번씩
터지는 사고에 바닥까지 맥이 빠진다

초상집에 간다는 전화 이후로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차에
집앞 포장마차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있으면 들어갈테니 걱정하지말고 자라고......

일찌감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기에 그이가 있다는
포장마차로 나가보았다

가뜩이나 좁은 포장마차 한구석에서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
한병과 오뎅국물 한대접을 앞에 놓고 고개를 떨군채 그이가
앉아있었다

아침에까지도 나가는 뒷모습도 꼴보기 싫어서 자는체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근심에 어린 모습을
하고 앉은것이 더 보기가 싫었다

- 무슨 술을 안주도 없이 마셔?
아줌마 여기 제육볶음 한접시 주시구여 잔 하나 더 주세요~

갑자기 들린 아내의 음성에 화들짝 놀란 그이의 얼굴이
너무도 애처롭다

아무말 없이 2 / 3 쯤 남은 소주를 뜨겁게 볶아져 나온
안주와 더불어 함께 나눠 마시고 퍼머하러 가려고 며칠을
넣어 두었던 돈으로 계산을 치뤄주었다

집까지 짧은 거리를 놔두고 이슬비 축축하게 내리는 밤길을
아파트 단지를 빙 애둘러 그이의 손을 잡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이 기회인데......

나가고 싶은데......

훨훨~ 나가버리고 싶은데......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그이의 아내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견뎌 내야 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