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득 잔뜩 흐린 먹구름, 또 한차례 비를 머금듯 불어오는 바람마저 축축함이 베여오는 오후다. 모처럼만에 나갔던 바깥 외출의 어제! 2남2녀중 막내의 첫딸 배일을 식구들과 조촐히 집에서 저녁이나 먹을양으로 모이기로 했다. 년연생 두 계집아이를 똑같이 옷으로 갈아입히고는 부슬부슬~ 처년덕스럽게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리운체 인천 동암으로 오는 길!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큰것이 결국은 지하철안에서 토악질을 했다. 작은 가방 어깨에 매고 우산둘 혼자 어쩔줄 몰라 하다보니 옆좌석 연세지긋하신분이 애써 말리는 작은 아이를 안아 도착지까지 재워주셨다. 용산에서 동암까지...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말이다. 정말이지 내 주머니에 뭐라도 당장 꺼내드리고픈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허리몇번 숙여 고맙단 말로 대신하고는 하차했다. 정오가까스로 다다른곳에 이르러 미처 손보지 못한 잡채며 해물탕거리외 등등 음식을 올케와 서둘러 준비해 나갔다. 저녁 7시쯤 몰려든 사촌 조카들과 친정 식구들... 애들만이 9명이요, 어른까지 도합 20명이 넘었다. 정신없이 백일상을 차려 얼키설키 먹어치우고는 케?揚?절단과 더불어 다과상을 준비했다. 산처럼 쌓인 설겆이를 해치우고는 비록 올케집이지만 나는 내 여동생에게 싸줄 음식들을 줄줄이 준비 했다. 올케한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일랑 들지만... 여동생은 첫 월급탔다고 봉투에 얼마쯤 넣어 극구 뿌리치는 늙어신 제 어미에게 드리고, 아버지와 오빠는 8명의 아이들을 쭉~ 세워놓고 지폐한장씩 손에 쥐어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색이 만연해 하는 아이들의 미소에 그저 흐믓해 하시기만 했던 모습... 가족이란 뭘까 생각했다. 1年에 실상 이렇게 한자리에 모두 빠짐없이 모이는건 그리 흔질 않다. 가정이란 울타리안에서 제 가정사에 파묻히다보면 부모형제 돌아볼 겨를이 어디 있겠는 가. 그걸 이기심으로 돌리지 않으련다. 현실은 그저 먹고살기 힘들만큼 정신없이 돌아가는 수레바퀴같은 거라... 그저 제 울타이안에서 별일없이, 뿌려진 씨앗으로 거두어들이는 알찬 열매 감사히 생각하며,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주는 것이 부모의 효가 아닐런지... . . . 오늘은 흐려진 공기사이로 한다발의 안개꽃을 생각했다. 가려린 꽃이지만 어느꽃 무리속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안개꽃! 어제 늙으신 엄마,아버지의 모습을 뵙고, 마흔줄에 들어선 오빠의 얼굴에서 가정의 안락을 느끼며, 돌아설만큼 힘든 현실을 포기하지 않은체 다시 시작하기로 한 대견스러운 여동생의 모습... 그리고 시작되어지는 또다른 한 가정의 막내의 울타리... 한아름의 희디흰 안개꽃 한다발씩 그들 가슴에 살포시 안겨주고 싶은 생각이 든 오후였다... ...02/8/11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