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네요.
낯선 아이디도 많이 눈에 띄네요.
여전히 좋은 글 올려주시는 분들이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컴 봄소풍에 가서
많이 웃다 왔습니다.
저... 아줌마닷컴 그만두었답니다.
봄소풍에서 만난 몇몇 분이
왜 요즘 사이버작가방에 뜸하냐고 물으셔서,
그만뒀어요... 대답했더니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시더군요.
그래서, 그만 물러난다는 인사도 못 드리고
아무리 경황이 없더라도 그러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의 요즘 하루 일과는 단순합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친정집으로 갑니다.
매일 아침 엄마한테 주사를 놓아드리고,
산책도 시켜드리고,
엄마 대신 장을 봐다가 음식을 만들고,
그러다가 5시쯤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엄마가 병원에서 여러가지 힘든 검사 결과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많이 진행이 된 상태랍니다.
첫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지금은 집에서
병과 맞서고 계시지요.
이렇게 쓰면
놀웨이가 힘들겠구나... 안쓰러워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요즘 오히려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그런 가당치 않은 생각조차 하곤 합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엄마는 저한테 무조건 많은 걸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엄마는,
저한테 마지막,
그리고 어쩌면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온전히 엄마한테 효도할 기회를 주시는군요.
당신의 아픈 몸으로 말이에요.
엄마를 샤워시켜 드리면서,
나는 주름진 엄마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 드리지
못한 채 엄마를 잃을 뻔했구나.. 생각합니다.
엄마와 매일 조금씩 산책을 하면서
아이들과 산책할 때와는 또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엄마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엄마도 나를 위해 이렇게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해
오셨겠구나.. 느낀답니다.
아, 엄마는 그렇게 아픈 몸으로
저한테 큰 선물을 하고 계십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사람들한테 그랬습니다.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
만약 엄마를 이렇게 터무니없이 잃게 되면
뒤에 남겨진 내가 너무나 슬플 것 같아서
그래서 엄마를 위해 나의 시간을 쏟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엄마 병간호를 시작했고,
엄마는 큰 사랑으로 저한테 행복을 주십니다
언제나,
언제나...
엄마는 저한테 주시기만 하고,
저는 엄마한테 받기만 하는군요.
너무나도 큰 사랑입니다.
엄마와 매일 얼굴 맞대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하고,
엄마와 나란히 누워 짧은 낮잠을 자고,
그리고 앞으로 병이 다 낳으면 여행을 가자고 약속하는
요즘이 참으로 눈물겹게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