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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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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


BY 지란지교 2001-05-26

퇴근후 저녁엔 헬스를 한다.
근 10년정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매일 못가고 일주일에 두세번 가면 많이 갈까...?
이번주에는 뭐가 바쁜지 하루도 못갔는데, 어깨가 결려서 풀어주러
헬스장으로 갔다.

저녁시간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미혼이거나 직장인들이다.
전부 다 시간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인지라 각기 자신이 알아서
운동기구를 선택해 하곤한다.
나 역시 트레이너의 도움을 잘 받지 않는 편이다.
한참, 러닝머신을 달리고 나서 땀이 많이 흘러 물한잔마시러
휴게실로 갔는데,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는 ㅎ씨가 따라나온다.

"요새 며칠 안나오셨나봐요?"
"네, ㅎ씨, 열심이시네요...보기좋아요."
"그런데요..."
ㅎ씨가 쭈삣쭈삣하며 뭔가 얘기를 꺼낼듯 말듯 망설인다.
ㅎ씨는 30대 초반 가량의 아기엄마인데, 미술과외교사를 한다고
들었다.
평소 운동올때 항상 검은롱원피스라든지, 레이스달린 볼레로식 쟈켓등을 입고 다닌다. 가방도 운동가방이 아닌 천으로 만든 예쁜가방을
들고 다닌다.
난 바쁘기도 하지만, 여기 저기 엮이는 것이 귀찮아 그 시간대에
운동하면서 몇몇이서 친목회비슷한 것을 하고 가끔 어울려
맥주도 마시고 한다는데, 한번도 끼인적이 없다.
ㅎ씨도 그런것 같다.
그런데 ㅎ씨의 옷차림을 가지고 공주병이네 뭐네하고 뒤에서 수근거린
모양이다.

지난 주인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ㅎ씨가 아주 예쁜 레이스가달린 원피스를 입고 왔다. 무심코 아무뜻 없이 웃으며 말했다.
"ㅎ씨, 완전히 공주네...ㅎㅎㅎ"

그리곤 잊어버리고 어제 운동엘 갔는데, ㅎ씨가 그런다.
"저 공주 아니에요... 저 공주아니에요..다른 사람들이 그럴땐 무시하려고 애썼는데, 언니가 그러시니까 저 좀 속상했어요.."
"......."
ㅎ씨가 고갤 숙이며 어렵게 얘기를 한다.

아뿔사....내가 무심코 한 그 말한마디에 ㅎ씨는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신경쓰고 그랬단 말인가....
그 옷이 예쁘고 ㅎ씨가 정말 공주(좋은 의미다)같이 예뻐보여서
한 얘기인데, ㅎ씨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나보다..

"ㅎ씨, 나 그런뜻으로 한 얘기 아닌데, 어쩜 좋아...난 정말,
예뻐보여서 한 얘기야, 그런데 그렇게 들렸다니 미안해요..."
손을 잡고 사과를 했다.
그제서야, ㅎ씨는 그동안 마음속으로 혼자 끙끙대며 고민했던것을
풀어놓는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성격이 다르듯이 좋아하는 옷 스타일도 다르고, 머리모양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악, 꽃 그리고 영화배우도 다르다.
다들 정장에 구두를 신었다고 해서 혼자만 청바지에 티셔츠입은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런 무리중에 끼여 혼자만 다르다고 해서 손가락질을 하는가
보다.
ㅎ씨처럼 무심코 들은 한마디말에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속상해하는
사람도 있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 자리에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냐고 하하하 웃으며
넘겨버리는 사람도 있다. 나만 아니면 되지, 뭘 고민하랴하면서..

난 나쁜일, 슬픈일, 언짢은일등은 빨리 잊어버리려 하는 편이다.
그럴때는 못부르는 노래도 흥얼거리고 괜히 기분좋은 척 하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흥얼거리면 기분좋은가 보다 하지만,
날 잘아는 사람들은 쟤가 기분이 안좋은가보다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그다지 효과가 나쁘지 않아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잊어버리곤 한다.

괜히 별 생각없이 좋은 뜻으로 한 얘기가 ㅎ씨에게는 그렇게 들려
일주일간 속상하게 만든 그 한마디...
사람마다 다른 성격을 고려해서 무심코 한마디 건넬지라도
생각을 많이 해야하나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지란지교.


참: 이방 작가님들, 소풍 잘다녀오시고, 좋은 얘기 기다릴께요..
즐거운 소풍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