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
티비를 보던 아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이마를 만지니 머리에 계란을 삶아도 될 정도였지요.
애 엄마라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마 한번 만져보더니
"너, 또 얹혔지?" 이럽니다.
애가 아프고 열나면 무조건 체한 줄 아는 사람이 울 집사람이지요.
애는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다는 절박한 표정을 짓는데,
애 엄마라는 사람은 능글거리면서,
"니, 안따고 밤새 아파서 잠 못잘래?
아님, 잠시 아프고 밤새 잘 잘래?"이카네요.
'애 하고 흥정을 해요! 엄만지, 장사꾼인지...'
"....................."
애는 지가 생각해도 자주 얹히고,
자주 따다보니 따는 것에 이골이 났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어머니! 따주세요!" 이럽디다.
"....................."
제 발로 따겠다고 나서는데,
집 사람은 하나도 답답한 것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묵묵부답, 딴전을 핍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저,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구요.
우째 저래 애 엄마라는 사람이 냉정한지...
애가 자주 체하긴 했습니다.
누굴 닮았는지 성질도 급하고 식탐이 많아 다 먹지도 못하면서
욕심스레 음식에 달려들지만 소화나 잘 시키나?
소화도 잘 못시키면서 욕심만 많았지요.
또 잘 체하는 음식만 좋아하고, 채소는 김치만 먹는답니다.
물이나 국물도 잘 안먹고...
애가 커가면서 자라면서 그런거지,
지가 알아서 먹을 거 적당하게 먹으면, 그게 어른이지 앱니까?
부모가 할 도리가 그것 아닙니까?
집사람은 애가 한번씩 아플 때 마다,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디다.
"으이그~~~ 내가 몬사러~ 몬사러~
그라니깐 내가 꼭꼭 잘 씹어 묵으라고 캤나? 안캤나? 으이?"
"(울먹울먹) 캤어요~~~ (주르르) 훌쩍~"
"알마 뭐하노? 천천히 물먹어가면서 묵으라 캤재?.....
과자 좀 묵지마라~ 과자가 얼매나 잘 얹히는 줄 알기나 아나?....
과자묵으면서 물뭇나?..........엄마가 물무라 카더나 안카더나?"
"캤어요...(훌쩍)"
"과자먹으니 밥맛 없고, 밥 잘 안묵으니 잘 얹히는 기다........
에고에고..."
이런 광경을 본 것이 어디 한 두번입니까?
태어난 지 몇개월 안된 애가 우유를 왈칵왈칵 쏟아내자,
집사람은 대뜸 고사리같은 아이 손에 사혈침을 갖다 대더군요.
몇 번 당한 애는 겁에 질려 자지러지게 넘어가고,
집사람은 울어제끼는 아이를 잡아다가
무지막지하게 꾹꾹 침을 눌렀고, 검붉은 피를 짜내더라구요.
한두손가락도 아니고, 열 손가락을.....
으~~~ 매정한 여자!
첨엔 '사이비! 돌팔이!' 라고 애에게 함부로 마루타 노릇 못하게
하려다가 둘이 무지 싸웠습니다.
"애가 아푸면 병원엘 가야지. 딴다고 낫는 줄 아나?"
"병원에 의사들이 얹힌 걸 아나? 그냥 약만 멕이라고 주지.
얹힌데는 따는 기 최곤기라...........
약 맥여봤잖아!
약먹이면 열내려갔다가 약기운 떨어지면 또 열오르는 거.
.........제발 얹힌거는 내한테 좀 맡겨도!......
따는 거는 부작용이 없따!.......따도 열 안 내려가면
그때 병원가도 안늦자나~...내 책임지께!!!"
".............................."
밤새 열이 안내리면
잘나고 아는 거 많은 마누라 가만 안둘라 그랬는데,
울고불며 따고 나서 두 세 시간만 지나면,
신기하게 열이 내렸습니다.
따는 것을 말리지 않으니, 이젠 대놓고 땁디다.
애도 체하면 어련히 따는 줄 알고...
그날도 밤에 따고 나서 열이 좀 내리길래, '괜찮겠지' 하면서,
담날 아침에 자는 아이를 쓰다듬었더니,
온 몸에 열이 펄펄 끓는겁니다.
그 날은 왠일인지, 아내의 태도가 다르대요?
애 담임에게 전화해서 학교에 못보낸다고 하고,
처형에게 전화해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하구요.
아마 티비 뉴스에서 떠드는 홍역때문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 걸까요?
어쨌든 좋은 현상이라고 내심 흐뭇해 했지요.
담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홍역 예방 주사를 맞고 왔는데,
저녁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온 몸이 가렵다고 긁적거리는 겁니다.
팔, 다리, 얼굴, 몸통...
발진이 불긋불긋한데,
또 집사람은 며칠전 애 열 날때 하는 것 보고,
고질병이 나앗나 생각했었는데,
오~
저만의 아름다운 착각이었나 봅니다.
"예방 주사 맞으면 원래 그렇다 카더라....
너그 반 친구들도 다 그렇재?" 이럽니다.
애는 가려워서 잠들지를 못하는데,
애 엄마라는 사람은 컴에 붙어설랑,
"정상적인 거라니까 그라네. 유난스럽게...
다른 애들도 그렇다잔아!" 이카더니,
"얼음으로 문질러봐라. 가려운데..."
한마디 툭! 던지고는 컴에서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제가 애 잠들 때 꺼정 얼음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문질러줬습니다.
다행히 발진도 좀 가라앉고 애는 잠이 들었네요.
이런 데도 저더러 장개를 잘 갔다고 하실 겁니까?
에구~ 불쌍한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