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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 해볼께.


BY 雪里 2002-07-30

운동이 좋은건 나도 안다구.

당뇨로 몇년을 고생하던 그이 친구도
아침마다 운동을 하더니
병원 다니던 때보다 훨씬 좋아져서
병원 약을 끊구선
지금도 열심히 공원엘 오르 내리구 있구,

가게 안집 **엄마도 등산을 열심히 다니면서
아프던 허리가 안아파서 산악회에 가입까지 하구선
더 열심히 산엘 다니고 있는것도 다~ 알구 있다구.

가끔 멜을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돌아가신 형님 얘기까지 하시면서
디스크로 고생 하셨었는데 수술도 하고
별거 다 해봤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제일 효과를 봤었다시며
내게 운동을 하라시는거야,
살살 걷는거부터.

나도 다 해 봤다구.
너무 아파 그만 뒀지만.

수술 한뒤로 몇달 안있다 재발해서
나를 수술했던 의사에게 찾아 갔더니
또 수술 해야겠다며 간호원 부르더라구.
의사가 넘겨주는 내 챠드엔
응급이라구 씌어 있었어.

겨우 세달을 갓넘긴 수술 자욱을 만지면
아직도 남의 살 같은데,
제살 아니라구 아무리 의사라지만
그리 편한 얼굴로
지가 세달전쯤에 한 수술을 또 다시 하자는거.
정말 어이 없더라구.

돈을 안가져 왔다 했더니
수술 했던 환자는 외상도 된다더라구.

급하니까 빨리 MRI부터 다시 찍으라며
등떠미는 간호원에게 밀려 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가
두번 수술 하고도 아파서 또 왔다는 사람과 만났어.

16층에서 땅에까지 내려오는데
고속이라 빠르긴 빠르더라.

전철역까지 걸어 오는데 몇번을 쉬었었는지.
괜히 그냥 왔나 세번쯤인가 망설임도 있었어.

지금도 가끔은 수술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긴해,
너무 아프면.

엊저녁에도 더위랑 싸우다 겨우 잠든걸
아픈 다리가 다시 깨우는거야.
그이 깰까봐 돌아 누워서
혼자 주무르고 꽉 누르고를
한참이나 하다가 잠들었어.

그바람에 또 늦잠을 자서
일어나 보니까
어머님이 밥을 벌써 앉혀 놓으셨더라.

나 아픈 이후로
우리 어머님 며느리살이(?) 하시느라 참 힘드실거야.
전엔 내가 아무것도 못하시게
참 부지런도 떨었었는데.
장사를 하면서도 나는
밤 늦은 시간에 집안 일을 하며
내 일은 내가 해야 맘이 편해하는 성격 이었거든.

그런 나를 그이는
결벽증 환자라고 까지 해대며
고쳐야 몸이 편할거라고 잔소리도 자주 했어.
타고난 성격인걸.

지금은 안그래.

얼마전엔 아버님의 생신잔치를
식당에서 하기까지 했는걸.
처음이지, 시집 온후로.

처음으로 외며느리 인거 속상하더라구.
둘만 됐더라두,
멀리서 온 친척들에게
밥한끼 먹인후
식당 마당에서 배웅하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었거든.

요즘은 다들 그렇게 한다고
시누들이 말해줬지만
난 솔직히 시누들에게도 조금 미안 했었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기두 했지만말야.

편하긴 하더라.
돈이 좋다고 느껴지기도 했어.
이틀쯤은 녹초가 되도록 움직이고
몸살을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나도 늙었나봐.
자주 아퍼, 조금만 움직여두.

얼마전 계속 다니던 통증 크리닉 선생님이
꽁지뼈에 주사를 놓으시며
아픈 주사를 잘도 참는다고 하시면서
운동도 어렵겠구, 수술은 더 그렇구
아직은 젊은데 어쩌냐시며
안타까운 눈길로 보시는거야.

하마트면 울뻔했어.
왜 그순간 내가 그리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진
나도 모르겠어.씩씩한 내가말야.

"지몸 아낄줄 모르는게 제일 멍청인겨!"
맞어,어머님 말씀이 맞는거 같어.

요즘 더위가 너무 심하니까
움직이는 횟수가 줄면서
내가 내몸을 아끼기 쉬워 졌거든.
그러니까 다리랑 허리도 좀 덜 아퍼.

밤에 깨는 횟수가 줄고
낮에도 심한 통증이 조금은 줄었어.
잠을 잘 자면 살도 좀 붙겠지?
살붙으면 잔주름도 펴질거야.
어쩌면 예뻐 질지도 몰라.ㅎㅎ

언젠가 내사주를 봐주던 스님 말대로
나, 말년팔자가 늘어 지려나?
그러려면 안 아파얄텐데.

그래, 다시 시작 해 봐야겠어.
걷기운동부터.
조금씩 아주 쪼끔식 늘려 가면서말야.

사실은 며칠전 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운동을 다시 시작 해 보겠다는 생각을.

그래서 어제밤엔 뜬금없이
우리 브럭을 한바퀴 돌고 왔던거야.
허리에 손을 받치고.

밤낚시간 그이가 없어서
허전하기도 했단 말도 맞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