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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BY 허브 2000-11-15

나는 왼손잡이다.
아니 지금은 양손잡이가 되었다.
오른손으로 하는것과
왼손으로 하는것이 구분지어져 있기도 하다.
화장을 할때는
왼손과 오른손을 다 써가면서
화장을 한다.
눈썹은 왼손으로 그리고,
입술 라인은 오른손으로 그리고,
립스틱은 또 왼손으로 칠하고...
양치질을 하면서 내가 왼손잡이란 것을 매일 느낀다.
가족중엔 나만 왼손잡이이다 보니
양치질용컵이 늘 왼쪽에 가 있는 것이다.
어느날 아무 생각없이
"아니 이게 왜 맨날 여기 놓여있지?
난 늘 오른쪽에 정리해 두는데..."
내가 바보였다.
그걸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어렸을때 가끔 부엌일을 도우면
엄마는 늘 날 호되게 나무라셨다.
왼손잡이는 시집도 못간다는둥,
고쳐야 쓴다는둥....
정말 난 왼손잡이는 시집도 못가는줄 알았었다.
중학교때 가정시간에 뜨게질을 할때면 난감했었다.
왼손으로 바늘을 잡고 뜨다가도 선생님이 지나가시면,
재빨리 오른손으로 바늘을 잡고 뜨는척을 했다.
그땐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주변에서 그건 부끄러운 것이라고 내게 말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날 보고
친구가 또 놀려댔다.
넌 시집도 못갈거라고...
그래도 시집은 가고 싶었는지
오른손으로 노력해서
지금은 양손을 다 쓸 줄 안다.
딱 한번 선을 본 적이 있었다.
날 맘에 든 아저씨가 자기 아들을 내게 소개 시켜준 것이다.
그쪽 어른들은 두분이나 다 나오셨고 난 혼자였다.
함께 갈비탕을 먹는데 너무나 어려운 자리인지라,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기가 뭐해서
반찬을 하나도 집어먹질 못했었다.
선 본 그 남자도 날 무척 맘에 들어했지만,
난 그 남자가 두얼굴을 가진 헐크같이
생긴것 같아서 무서웠다.
두 부자가 계속 전화와 편지공세를 했지만
난 거절을 하고 말았다.
내 신랑은 자기 옷은 자기가 꿰매 입으려고 한다.
날 바느질도 못하는 여자로 생각을 한다.
"자기 홀아비같이 왜그래? 내가 해줄께"
그러면 "당신 바느질 못 하쟎아"
그러는거다.
아마도 왼손으로 바느질 하는것이 무척 어설퍼 보였었나보다.
이웃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과일을 먹게 될때도
내가 과일을 깍으면 잠시후 옆에서 칼을 빼앗는다.
난 괜찮은데
왼손으로 칼질하는 내가 몹시도 어설퍼 보이고,
다칠까봐 염려가 된다는 것이다.
왼손잡이는 살아가면서 불편한것이 많다.
얼마전 TV에서 왼손잡이의 불편함에 대해서 나왔던 적이 있다.
리본핀을 머리에 꼽아도 리본이 거꾸로 되고,
왼손잡이용 가위가 없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등등등....
내가 아직도 오른손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몇가지 있다.
칼질과 가위질....
난 지금 기억이 없는데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글씨를 배울때
언니가 날 많이 때려줬다고 한다.
오른손으로 쓰는것을 가르치느라고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때의 맞은 기억이 난 전혀 없다.
그래도 지금은 다행인것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왼손까지 잘 쓰면서 좋은점도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