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오늘은 일찍 일어나 와룡산을 올랐습니다.
심신을 정화하기 위해-
3일간 연속으로 내린 비로 인해
와룡산의 또다른 풍경이 저를 반겨 주더군요.
골짝마다 콸콸~,
쪼르르륵 거리며 물들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그런 풍경은 보기가 힘이 들었거든요.
비를 흠씬 머금어 축축해진 시커먼 나무보굿들..
황토빛으로 질척해진 산길들..
여전히 울어대는 매미와 숲속의 벌레들..
더욱 싱싱해 진 푸새들..
아직 여물지 않은 상수리 나무의 열매가 그간의 비바람에
이파리와 함께 많이 떨어져 있고..
푸릇이 덜 자란 밤송이도 길가에 떨어져 있어..
산에 오를때 마다 볼 수 있는 풍경들이지만
오늘은 더욱 애정을 가지고 지켜 봤습니다.
일요일 늦잠을 즐기는 탓인지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 했습니다.
오후에는 가족 단위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 지겠지요..
산길을 걷다보면 이름 모를 곤충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쐐기, 송충이, 메뚜기,잠자리,지네, 개미, 무당벌레, 매미,방아깨비,지렁이..
제가 알고 있는 곤충 이름입니다. 그 이상은..
-학교 다닐때 공부 못한 거 티 내네요.-
아까 하마터면 발로 밟을 뻔 했었던,
까만 바탕에 샛노란 점 무늬를 한,
'벌레치고는 참 이쁘다' 라고 생각이 드는
처음 보는 송충이 만한 벌레가 생각나
집에와 우리 큰아이의 곤충도감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꼬리제비나비 애벌레'라는 학명이 있습니다.
벌레 이름 하나에 무슨 복잡하게 긴 이름을 갖다 붙였을까?
그러니까 못 외우지..
잠자리 이름 하나에도 무슨 이름이 그리 많은지...
왕잠자리, 장수잠자리,검은 물잠자리,아시아 실잠자리,
노랑띠 좀잠자리, 밀잠자리, 배치레 잠자리, 나비 잠자리,
노랑측 범 잠자리, 고추잠자리...(이건 책 보고 쓴 것임)
또 잠자리의 어린시절은 '수채' 라고 한답니다.
오늘 덕분에 자연공부 많이 한다~. 연희.
산에 한번 오른 것 같고 무슨 벌레 얘기만 하냐~ 연희.
쩝... 이만 하죠.뭐.
제가 산에 오르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의 한가지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겁니다.
전에는 지렁이를 봐도 흠? 놀라 기겁을 했었는데
산을 자주 오르다 보니 축축한 날에는 젓가락만큼 길고
굵다란 큰 지렁이가 많이 보입니다.
첨엔 당연히 눈길을 외면하며 지나쳤는데
자주 반복이 되다보니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저들도 '자연의 일부'
나 또한 그들에겐 '자연의 일부'
라는...
그런 뒤 부터는 송충이도 그다지 징그럽지 않게 되었고
길 숲의 그다지 이쁘고 깨끗지 않은 푸새들도 정겹게 느껴 졌습니다.
저 참 웃기죠?
산정에 올라서는 누군가 살뜰하게 설치해 놓은
각종 운동기구 들을 한번씩 활용해 봅니다.
우선 맨손체조 부터-
목운동, 허리운동, 팔운동..
그 다음엔 훌라후프 돌리기..(10분정도)
손잡이 잡고 허리 돌리기운동..
윗몸 일으키기..
링에 매달리기..
헬스클럽 에서나 볼 수 있는 다리들어 올리기..(맞나?운동 기구 이름을 정확히 모름)
그 다음엔 평행봉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
(오늘은 거꾸로 매달려서 숫자를 100번까지 세었음. 우~와 기록임~다)
- 위의 것들을 다 하지 않지만,
평행봉에 거꾸로 매달리기는 중학시절에 해 보고는
그후 최근부터 하는 운동임.
그간 몸이 말을 안들어 여러번 시도는 해 보았으나
잘 안되더군요. 산에 오르는 여자분중에 이런 운동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업써따~~~ 히힛..-
저 이만 하면 건강하지요?
이렇게 운동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어요.
대구 이사오면서.. 가까이 있는 와룡산 덕분에..
3일 연속 내린 비로 온갖 오염 물질들이 다 씻겨갔는지
산정에서 내려다 본 대구시내는 정말 깨끗하고 선명하게
저 멀리 까지 정확히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첩첩이 둘러쳐진 산들..
우리나라는 산이 참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운동으로 인해 뿌듯해진 오늘-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오늘은 비를 맞지 않았습니다요~.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