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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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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리에서 쓰는 편지3


BY 선우맘 2002-07-25



뒷마당에 있는 봉숭아를 꽃으로만 바라보았는데

옆집 다희가 선우에게 봉숭아물 들여준다고

꽃을 따서 돌맹이로 빻으니 선우는 그저 좋아서

두 손을 고히 내어놓았다.

양손 열손가락위로 고히 얹져놓고는

걸음도 조심조심 걷더니

손에서 봉숭아꽃 얹져놓은게 떨어졌다고

안타까워서 난리다.

이따 저녁에 엄마가 봉숭아물 다시 들여준다는

약속을 받고서는 신이나서 방울이(우리집 강아지)를

들었다 놨다하면서 이리뛰고 저리뛴다.

집옆에 다리가 하나있는데

비가 안 올때는 다리밑에 물이 하나도 없다가

비가 오면 몇일동안 물이 흐른다.

몇일 전 비로 흐르는 물이 개울가물 정도로 흐르는데

동네 녀석들이 물로 뛰어내려서 청벙청벙 물놀이가

한참이다.

우리집 선우, 기은이도 덩달아 들어가서는

신이나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더니

옷이 다 젖어서는 얼굴은 신이나서

싱글벙글...

나와 옆집 다희엄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며

아이들 노느 걸 바라보았다.

바라만 보아도 내가 노는 것 마냥

시원했다.



약속대로

저녁먹고 뒷마당의 봉숭아꽃을 따고

잎파리로 따서리.. 부엌 도마위에 놓고

칼로 통통찧어 소금도 조금 넣고서리

두녀석 손에 얹고 비닐로 칭칭 묶어주었다.

새삼스레

나 어렸을때 봉숭아 물 들이던 생각이 났다.

엄마가 봉숭아물을 들여줄라치면

손가락위에 얹고서는

잠을 자려면


불편하기도 하고

빨리 내일이 되서 예쁜 손톱이 되었으면 하고

잠이 오지않는대도 이불에 누워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손가락을 쳐다보면

안타깝게

꼭 한두개의 손가락에는

봉숭아물 묶어놓은게

풀어져있곤 했다.



좀 커서

사춘기가 되었을때는

봉숭아물들인게

첫눈올때까지 없어지지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워진다는 말을 생각하며

내 손에 봉숭아가 오래 있기를 고대하며

손에 물을 들이고 했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두 녀석 손에 봉숭아를 들여준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서

내 손톱에는 물을 들이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옛날

꼬마로 돌아가서

두 녀석 손톱에 예쁜물이 들어져서

내일 신이나서 뛰어다닐

녀석들을 생각만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