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알람이 필요가 없다
어젯밤에 잠든 시간이 몇시가
되던지 정확하게 아침 7시30분
이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두아이들
때문이다
유치원엘 보낸다거나 급한 볼일이
있는 때에는 그런 시계보다
정확한 아이들의 기상이 고맙기도
하지만 때때로 휴일이나 요즘같은
방학때에는 그간 놓쳤던 늦잠좀
자고싶은 에미의 소망은 물건너
간다
억지로 눈감고 자는 척이라도 할
양이면 귓전에 대고
- 엄마... 배고파.... 밥줘~
작은아이는 누나가 하는 모양을
흉내내서 알수없는 소리를 웅얼
거리며 에미의 귓볼을 빨아댄다
아침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아이들의
장난으로 지난밤 솜뭉치처럼 무거운
몸을 간신히 움직여 정리해놓은
거실이며 집안을 순식간에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한순간 눈이라도 뗄 양이면 어느새
작은아이는 누나의 기운에 밀려
저만치로 나동그라지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온갖 힘을 다해 다시
제 누나에게로 달겨드는걸 보면
웃음도 나오고 한편 기가 막히기도
하는 방학이후 요 며칠의 내 생활
이었다
아침밥 먹이고 난장판이 된 집안을
정리하며 한편 아이들 야단 한바탕
치면서 정신없이 보내는 오전시간에
오랫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에 없이 힘없는 목소리에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 왜그래? 몬일 있니~
- 어... 우리 조카 수술 받아야 한대...
평소 말수도 없고 얌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큼 조용한 아이
일단 외출이라면 질색을 하고
운동이나 바깥놀이는 더욱 더 싫어하는
아침에 머리 빗겨놓으면 밤중에 잠들때
까지 빗은 머리를 간직할수있는
그래서 너무도 활동적이고
머리 빗겨 내보내면 통학버스 타기도
전에 엉망으로 헝클어져 먼저 빗긴
머리 모양이 어떤건지 구분하기도
힘들만큼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유치원 가방에 출석수첩은 빼먹어도
빗은 꼭꼭 챙겨서 보내야하는 기운센
천하장사 딸을 가진 나로서는 가끔은
부러운 마음도 들게했던 친구의 조카
동맥으로 연결되는 심장의 어느부분이
작은 구멍이 생겨 깨끗하지 못한 피가
역류를 한다는.....
말만 들어도 상상이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병으로 그간 조금만 움직여도 아이가
힘들어 하고 그렇게 지쳐하고 몸놀림을
기피하던 아이가 되었던 것이었다
- 느네 아이들... 열심히 뛰고 움직이는거
감사하게 생각해......
난 항상 너네 아이들 부러웠었어
조용한 아이보다 야단맞구 욕먹구
다시 씨~ㄱ 웃으며 말썽 부리는 너네
딸이 훨씬 큰 축복인거야.......
요 며칠 말끝마다 방학은 왜 있는지
도대체 유치원은 왜 기숙사 운영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던
이 못난 엄마는 친구의 예상 못한 전화로
너무나 많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키우면서 단한번도 크게 아픈일 없고
활동적으로 놀면서도 제 앞가림 잘해
크게 다친일도 없는
단 한가지 흠이라면 심하게 놀던 만큼
잠이 없는 아이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짐스러워 하고 있었던 내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주신복에 감사하지 못하는 이 속없는
에미는 언제나 철이 들려나......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에 좋아하는
튀김이라도 해 줄 마음으로 분주하게
손길을 재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