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강진에는 집안 어른 중 상어른이신 할아버지, 할머
니 노부부가 살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여든 둘이시고 할
머니는 여든, 우리 어머니하고 동갑이신데, 두 노인 슬
하엔 자식이 없다.
다행히 있는 재산은 많아 부자 소리 듣고 사시지만 자식
이 없다 보니 집안이 영 쓸쓸하다. 낙시와 산책, 그리고
화분 가꾸기가 취미이신 할아버지, 동네 노인정에서 화
투로 소일하시는 할머니, 두 양반이 건강하실 때는 비
들기처럼 의좋게 사시는 게 보기 좋았는데 이번에 내려
가 보니 집안 꼴이 형편무인지경이었다.
몇년 전, 화장실에서 쓰러져 뇌수술을 받으신 할아버지
가 그 후유증으로 오른 손이 몹시 떨리는 수전증이 있
으셔 젓가락질이 자유롭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다른 이
상은 없어 건강하게 사신 편이였는데 이번에는 어지럽다
고 방안에 누워만 계신다.
할머니도 상당히 정정한 편이었는데 양쪽 무릎에 관절
염이 생겨 거동이 시원찮은 상태였다. 노인들이 다 그
모양이니 집안은 엉망이었다. 비좁은 방안에 이불 요가
나뒹글어 있고 부엌은 어찌나 더러운지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세상에 몸이 불편하시면 파출부라도 쓰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시골이라 파출부가 없단다. 부엌으로 뛰어 들
어가 밥하고 국 끓이고 대충 상을 보아 저녁상을 차렸
다. 모처럼 남의 손으로 지은 저녁밥을 잡수시니까 입
맛이 땡기시는지 두 분이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우셨다.
손님을 시켜서 어쩌냐?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안해 하
신다. 할머니,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손자가 무슨
손님이에요? 노인에게 타박을 해가며 그 다음부터 부
지런히 대청소를 시작했다.
부엌 개수대에 찬장, 그리고 가스 레인지까지 깨끗이
닦고는 마루바닥 걸레질을 했다. 어찌나 때가 눌어 붙
었던지 걸레가 금방 새까매진다. 내친 김에 화장실 청
소까지 마치고 갈 길이 바빠 제대로 얘기도 못나누고
광주로 향했다.
할머니가 서운해 하시며 다음 토요일이 고조 할아버지
제산데 시간 있으면 오니라...하셔 그러지요 순순히
대답하고 작별을 고했다. 시 작은 할아버지지만 해마
다 시제준비를 할머니 댁에서 했던지라 오며가며 정이
들었다. 특히 시골 할머니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인
할머니가 편안해 친손주처럼 굴었더니 할머니가 나를
유난히 이뻐하셨던 터라 외로운 두 노인의 모습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인지 안타까워 한다. 가까이 사시면
자주 ?아 뵙고 챙겨 드릴텐데, 두 노인 편찮으신 것
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네...돌아 가셔도 물 한모
금 떠 놓을 자식 없으신 것 서글퍼 하시던데 우리라
도 두 양반 제사 모셔 드리세...
남의 제사도 챙겨 주는 데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
나저나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지만 자식이 없으니
그도 못봐 주겠네...?아 오는 사람 하나 없이 두
노인이 외롭게 사시니 어찌 할까?
우리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제일 부러워 하신 분들
이 저분들인데 지금 보니 부러울 것도 없지 않아?
남편이 그러네 하며 싱긋 웃는다. 돈이 최고지 자식
이 무슨 필요가 있다냐? 우리 어머니는 늘 돈없는
신세한탄을 그렇게 하셨었다.
그리고 자식은 없지만 돈 쌓아 놓고 두 양주가 알
콩달콩 사시는 시 작은 아버지 부부를 내놓고 부러
워 하셨다. 저 노인들은 무슨 복이 그리 많아 잘 사
시냐고...특히 시 작은 어머니가 당신과 동갑이신지
라 부러움과 시기심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 살아 저 노인들의 외로운 모습을 보셨
으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부러워 하시지는 않았을텐
데,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음을, 외로움도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 채셨다면 당신의 처지를 그렇게 비관
하진 않았을텐데...
남 가진 것 대책없이 부러워 하는 어리석은 인간
들, 내게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훨씬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텐데. 자식이 속이라도 썩이면 흔히 괜히 낳다고,
무자식 상팔자라는데 하며 입방정을 떠는데 당최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부모
자식의 사랑은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음을 안
다면...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