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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1

친구


BY cosmos03 2002-07-21

세째주 토요일. 상조계 모임이 있는 날이다.
지지난 달은 몸이 아파서 빠지고
지난달은 서울 가느라 빠지고.
요번달에 안가면 제명처분 신세.
가기싫은걸 어거지로 남편의 차에 몸을 실었다.
이리저리...손님을 태우려 돌아다니는 남편의 차에 앉아 있자니
없는 손님을 찾는 남편의 눈이 안쓰러웁다.

목적지에 내려준 남편...
" 오늘 재미있게 지내다 와 "
그렇게 남편과는 헤어져 친구의 집으로 갔다.

거실을 들어서니 눈앞에 전에 못보던 테레비젼이
정말로 디따큰... 왕따시만한 테레비가 거실장위에 올려져있다.
자는 친구를 급히 깨워 나 왔다고 하고
" 야! 니네 테레비 왜케 크냐? 언제 장만한겨? 그리고 저거 되게 비싸겠다 "
" 우~웅 그거 전에것이 브라운관이 나가는 바람에 요번에 새로 하나샀지 "
" 얼마줬는데? 꽤나 비싸겠다 "
" 얼마안해 이백조금 넘는데 뭘 "

이백조금 넘는다고... 뉘집 강아지 이름 대듯이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한다.
그리고는 졸리웁다고 그냥 뒤쳐져 다시 잠을 잔다.

거실로 나온나는 이리저리 테레비를 만져보고
리모콘으로 전원을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볼륨도 올렸다 내렸다...
우리집에 있는 테레비도 29 인찌인데
이건 도데체 몇 인찌쯤이나 되는걸까?
사람들의 얼굴이 시원시원 화면이 크다.

친구는 잔다고 제 방에서 안 나오고...
계원들이 오려면 아직 멀은 시간이라 집안을 이리저리 구경을 하였다.

베란다로 나가니 한 귀퉁이에 핸드백들이 싸여져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꽤나 값이 나가는거 같은데...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것을 보니 아무래도 쓰레기로 내 놓은거 같다.

자는 친구를 깨워 핸드백에 대해 물어보니 싫증나서 버릴거란다.
" 야, 저거 꽤나 비싸겠다 "
" 얼마 안해. 한 삼십여만원 조금 더 준거 같애 "
" 나...가져도 되니? "
" 맘대로 해 "

친구와는...
한 이십여년 전에 만났다.
그때는 둘다 생활이 고만고만하여 함께 부업으로 몇십원짜리 일감을 가져다 하고
어쩌다 중앙시장이라도 나가면 생선한마리에 우린 배불러 했고
순대 한접시 소주 한병...
그렇게 나누어 먹으면 그 맛과 정에 그리도 행복해 했었는데...

이십여년이 흐른 지금은 나는 그때와 다름없이 하루벌어 하루먹는
하루살이 인생 그대로인데
친구는 달랐다.
친구의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개발로 인해 받은 보상을 가지고 래미콘 사업을 시작한것이다.
그 사업이 날로 날로 번창을 하여 시체말로 친구는 싸모님이 되어서는
배 부르고 등 따시게 지내니 생활수준이 나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거다.

모든것이 친구에게는 넘쳐낫다.
흐드러지게 해 놓고 사는 친구가...조금은 부러웠다.
식탁 하나에도 인도네시아 산이라고 몇백씩 하는거고.
정수기도 외제이고 냉장고에 냉동실에도 모든 값비싼 것들이 넘쳐났다.

내 지갑에서는 만원짜리 지폐 한장이 나오려면...
몇번을 생각하고 몇번을 망서려야 하는데
친구의 지갑에서는 보통 수표만이 나온다.

한소큼 자고나온 친구가 내게 비누한장을 준다.
" 이거...괜찬드라 한번써봐 "
" 이게 뭐니? 좋은거니? "
친구가 건네준 세수비누에는 24k 금 성분표시가 적혀있고
반짝거리며 금 가루도 눈에 띈다
그러며...그 비누 한장에 오만원이라 한다.

천원도 채 안되는 세수비누만을 써오던 내가
한장에 오만원씩 하는 세수비누라...
선물을 받아서 기쁜 마음보다는 웬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아침에 세달씩 밀린 계돈이 수중에 없어 저금통을 비워왔는데...
동전들을 모아서는 채 바꿀사이도 없이 그냥 가지고 왔는데...
왜 그리도 내 자신이 초라해지던지.

" 술이나 한잔 주라 "
우울한마음 내색하지 못하고 술을 찾으니
" 아무거나 네 마음대로 갖다먹어 "
돌아본 내 눈엔 술 조차도 흐드러지게 박스박스 채로 많이 있다.
맥주에 소주에 양주에... 이름모를 희깐한 술까지가
베란다 한쪽 귀퉁이에서 양조장을 방불케한다.

시원하지도 않은 맥주병을 끌고와 포도를 안주로 마시고 있는데
왜 그리 부애가 나던지...
고연히 화가나고 남편까지도 무능하게 느껴지는게
사람팔자 정말 우습구나~ 싶다.
저나 나나 별반 다를게 없이 살았었는데...
누구는 서방 사업 잘되 흥청망청 살고
누구는 천원짜리 인생으로 계돈조차도 돼지를 잡아와야 하는지...

" 나 계돈 없어 네 계좌번호 적어줘 "
끝내 동전들을 친구앞에 내 놓지 못하고
송금시켜주마고 계좌번호만을 적어왔다.

하나 둘...계원들이 들어설때쯤 난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 계...끝났어요. 집에 데려다 줘요 "

왜 그리 빨리가냐고 붙잡는 친구가... 공연스레 밉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양파와 멸치와 떡등을 싸서 보따리를 만들어준다.
베란다에서 주은 핸드백도 함께.
암말않고 그걸 받아 내려오는데...
울고 싶었다.

집으로 오는 남편의 차속.
" 오늘 재미있었냐? 근데 왜 이렇게 빨리가냐? "
묻는 남편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안했다.
입을 열면... 죄없는 남편에게 마구 퍼 댈거 같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남편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속좁은 내가 죄라면 죄지.

점심식사를 대충 차려주니 남편은 시장했는지 달게 먹고 나간다.
술 마셨으니 푹 쉬라는 말과 함께.
보따리 보따리... 풀어서는 한쪽에 밀쳐놓고.
그래도 걔네 남편보다는 내 남편이 더 아내를 사랑하겠지
친구보다는 내가 더 남편에게 사랑을 더 받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