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갔다가 면전에서 민망하게도 칭찬을 들었다.
참, 그 나이에 어찌 그리 얼굴이 팽팽해? 십년은 젊
어보이네...아이고, 가죽이 두꺼워서 그래. 웃으며
받았더니 농담으로 안다. 그냥 한 소리가 아니라 진
짠데, 얼굴이 하얗고 야들야들한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쉽게 진다. 반면에 젊어서부터 얼굴
이 두껍고 거칠거칠한 여자들은 세월이 가도 그 얼
굴이 그 얼굴이라 도통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는 장
점이 있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가 보다.
문학방 어떤 문우가 나의 엄마 키, 149cm 때문에
가슴 아팠던 이야기를 올려 눈시울이 시큰했었는
데, 그 문우 엄마처럼 내 키도 149cm이다. 학교
신체검사 때는 151이었었는데 작년에 재보니 무
려 2cm가 줄어든 것이다. 한의사 말로는 늙으면
보통 몇센티씩 준단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쪼그
라들어 그렇다나?
어쨋거나 이렇게 쥐방울만한 체구에 얼굴도 되
는대로 생겨 젊었을 때는 빈말로도 이쁘단 소릴
못듣고 살았다. 이쁘다기는커녕 노골적으로 못
났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는데, 결혼해서 우리
는 주인이 없는 단독주택에 객식구 두 가족이
세들어 살게 되었다. 한 겨울을 같이 살아 제법
친해진 옆방 아줌마가 하루는 내 첫인상에 대한
추억담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자경엄마, 결혼 얼마전에 자경아빠와 방 보러
왔었잖아? 그 때 내가 깜짝 놀랬다니까... 자
경아빠는 인물이 얼마나 좋아? 그런 미남 옆에
조그많고 못생긴 여자가 안경까지 끼고 달라붙
어 있는데, 너무 안어울려서 얼마나 웃었는지
알아?
하이고 참, 이 아줌마 못말리게 솔직한 여자네.
아니 그런 느낌은 속으로 삭여야지, 당사자 앞
에 놓고 그렇게 떠벌리면 어느 여자가 기분이
좋겠나? 그 소리 들으며 나도 싱겁게 웃었지만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것은 어쩌지 못했었다.
그 아줌마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내 남편은 객
관적으로 꽤 괜찮게 생긴 얼굴이다. 콧날이 우
뚝하니, 적당한 키에 차려입고 나서면 저 남자
참 잘 생겼네...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던 사람
이었으니 마누라와 비교가 되는 것도 당연지사
입바른 사람들의 안주거리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약이던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던 우리 부부의 외모도 날이 갈수록 비슷
비슷해졌다. 우선 남편의 숱많고 까많던 머
리가 우수수 빠지면서 속절없이 대머리가 되
어버렸고, 색깔 또한 백발이 된것이다. 얼굴
은 차치하고라도 머리가 주는 사람의 인상은
美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남편은 제 나이보다 한 십년 더 늙어 보이고
마누라는 작은 키에 단발머리, 한 십년 젊어
보였으니 우리 부부를 처음 본 사람들에게 오
해도 많이 받았었다.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은
후처냐고 묻기도 했고, 남편 후배들은 형님
좋겠소. 저렇게 어린 형수님을 모시고 살아서,
이렇게 부러워했다. 뭔 소리냐고? 우리 부부
는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면 모두들
깜짝 놀랐다.
참말로 그렇게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외모도
잔주름 늘어가고 백발이 눈에 띄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오히려 나처럼 가죽이 두껍거
나 아니면 돈을 잔뜩 들여 가꾸면 주변이 훤
해지는 미인이 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나보고 맨날 우리 못난이, 우리 못난이 하던
남편 앞에 이제는 내가 큰소리를 한다. 아저
씨, 저만치 떨어져 걸어. 다른 사람들이 우
리 불륜관계로 볼텐데 쪽 팔리잖아? 히히히...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