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술먹었어요.
컴에서 만난 아줌마 친구랑...
나이들면서 느는게 술인것 같아요.
작년까지만해도 맥주 한 잔이나 청하 두 잔이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세상이 출렁거리고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졌었는데
오늘은 맥주 500씨씨에 청하 석잔을 마셨더니만 그제서야 알딸딸하네요.
히~~~~~
사랑을 위하여 하면서 술잔이 깨지도록 부딪히고선
뭔 사랑을 위한건지 답이 나오지 않지만 말로라도 떠들었어요.
우린 인간은 뭘 위해 사는거지요?
남편,자식,일,사랑....
항상 떠드는 주제지만 항상 답은 내릴 수 없었어요.
오늘도 그랬어요.
아무런 정답은 없었어요.
다만 떠들뿐이고 다만 꿈꿀뿐이지요.
막연한 기다림, 막연한 꿈...
술 먹기전에는 그리운 사람이 있는 것 같다가도
술 취하고 나면 다 부질없다는 결론을 내린곤 하지요.
술 자리엔 앉을 때는 인생의 이야기가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술 취하고 나면 사는 것이 무덤을 향해 한발하발 다가선다고 주절대곤 하지요.
술 자리를 마련하고선 내 주변의 일들을 끌어안아야 할 것 같다가고
술 취하고 나면 세상이 어지럽고 인생이 미로속인 것 같곤 하지요.
님들도 그런 생각을 갖는지 모르지만
술 취하니 이러쿵 저러쿵 속절없이 떠들게 되는군요.
어쩌다 나는 태어나
어쩌다 여기까지 걸었는지 뒤돌아 보면 허전함과 슬픔이네요.
난 또 다시 어쩌지 못하고 내일을 향해 길을 걸을거예요.
그게 옳은 길이든 옳지 않은 길이든 걸어보는거예요.
걷다가 지치고 다리가 저리도록 아프면 뒤돌아보는거예요.
그러면 다시 기운이 나서 걷는거예요.
그래도 기운이 나지 않으면 내 꿈을 생각해 내는거예요.
내 꿈?
내 고향 산골에서 들꽃 가꾸며 욕심 버리고 사는날들을...
그 곳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들꽃을 이야기하고 차를 한 잔 대접하는 일.
카페도 좋고 들꽃이 있는 산골집도 좋아요.
그러면서 자연에 관한 시를 쓰고 수필을 쓸거예요.
추억을 되씹으며 단편소설을 써 보고 싶기도 해요.
그럴려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못다한 추억을 앞으로 만들고 싶어요.
추억 만들기...
술 취하니까 기분이 모호하네요.
누군가가 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가 미워지기도 하고
사는것이 우습기도 하네요.
우리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거지요?
우리는 뭘 위해 아귀다툼속에서 시기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사는거지요?
다른거 다 집어 치우고 추억이나 만들고 싶어요.
추억 만들기...
술 취해서 주절주절 떠들었습니다.
시끄러워서 못 주무시겠다고요?
이제 조용히 이불덮고 잘랍니다.
안녕히 계시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