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2

태평양을 건너가는 편지


BY ps 2002-07-04


C 형!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요?

한달에 걸쳐 조국에서 있었던 잔치가 무사히 끝나고
차분해져야할 때인줄 알건만, 제 가슴은 아직도 벌렁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가 그곳에서 열린다 하여,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개막식을 바라봤었는데,
첫승, 16 강, 8 강, 4 강으로 향하는 태극전사의 모습을 따라 다니다가,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붉은 악마'가 되어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기 자체의 흥미 진진함...
역전 순간의 짜릿함...
승리를 알리는 호각소리에 느꼈던 감동과 감격...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의 거리응원...
경기장에 새겨지던 메세지...
< AGAIN 1966 >
< PRIDE OF ASIA >
< 꿈은 이루어진다 >

콧등이 찡~해지며
눈가가 촉촉해지더군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요.
이곳 동포들의 열기도 대단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경기가 있어, 잠을 설친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고 한국말이 어눌한 2세들 조차도,
"대~한민국! 짜자짝 짝짝!"...

우리들의 열정과 성숙함에
이곳 매스컴들도 칭찬을 많이 하고...

뿌듯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울립니다.

"오~~ 필승! 코레아!!"


그런데, C 형!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의 시간을 보내며,
제가 제일 기뻐한 순간이 언젠지 아십니까?

거리응원이 끝나고 쓰레기를 줍고있던 몇몇의 어른들을 보고있던 2세들이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다들 동참하여 청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옳은 일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그들에게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옛날! 성선설/성악설로 토론하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우리가 이들을 잘 가르쳤을 수도 있고,
이들이 본래 선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결과는 아름답게 나타났습니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너무 소속감이 없지는 않은가?" 등등은
그저 기성세대의 기우였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그들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렵니다.

이제는,
그들도 잘 할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조만간 그곳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C 형! 그때 만나 술 한잔 나누실래요?

밝을 우리 2세들의 장래를 위해
건배를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빌며,


먼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