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몸의 여기저기가 아팠다.
특히 관절 부위가 그리도 아파 병원마다 마다를 어지간히도 돌아다녔었다.
별의별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아서...
결국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병명을 얻어 치료해 오기를 몇년.
그러나 차도는 없었다.
그러다 을지병원에 새로운 과장님이 오시고
재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셨다.
한 두어달쯤 되었나?
피를 뽑고, 소변을 받고...
다시 나온 병명은 듣도 보도 못한 베체쓰병이라 한다.
관절마디마디가 아프고
입안과 음부에 궤양이 생기고 대장에... 그리고 마지막에는
홍체에 ( 안과질환 ) 궤양이 생길수도 있다는
자근자근 설명을 해주는 그 입이...
야속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항상 그랬었다.
입안이 자주헐어 때론 양치질도 못하고 지내는적도 있었고
원인을 몰라 치과에가서 엉뚱한 사랑니도 뽑았고
내과에서 치료또한 부지기수로 받았었다.
그리고 가끔은...
음부도 마구잡이로 헐어 산부인과도 수시로 들락달락.
그냥...
나 혼자의 진단으로 피곤해서 그러려니
비타민이 부족한가보다...하고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아픈 손고락과 팔목은 사용을 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버틸만해서
정말로 흔히 말하는 관절염인줄 알았다.
그래도 관절염은 뼈의 변형이 제일로 큰 합병증 이지만...
이 베체쓰병이라는것은
잘못하면 실명까지 올수가 있다한다.
예고도 없이 어느날 홍체에 궤양이 생기면
손을 써 볼 사이도 없이 실명으로 간다는
소름끼치고 살 떨리는 이야기를 담담히 의사는 전해준다.
예방도 없고 치료도 없다는...
속수무책으로 그냥 당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하나의 희망이라면 열명중에 1. 5명만이 발병을 한다는 통계라고 하니
그 1.5 명을 제외한 나머지 숫자에 들기만을 바랄뿐
달리 방법이 없다한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또 다른 검사들...
몇가지를 하고는 왔는데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차일피일...그렇게 미루고만있는데
더이상의 나쁜 이야기는 듣고싶지가 않다.
" 무조건 잘 먹어야돼요.
절대로 무리하면 안돼요.
피로해서는 안되니 될수있는한 편하게 쉬세요. "
고작 의사가 해주는 말은 그뿐이다.
어째서 우리 삼남매가 다 이런가?
왜 병마와 전쟁을 치루며 살아야 하는가?
그냥...서글프기만 하다.
" 일반인보다... 오래 사시지는 못할거예요.
죄송한말씀 이지만요. "
그말에 나 그냥 푸~하하 웃고 말았다.
인명은 제천이라고.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정해주시는건데.
어찌 인간이 수명을 가지고 왈가불가 할수가 있겠는지.
그냥 가소롭기만 하다.
그래도...
진정한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화... 시집가는거는 봐야되는데...
그리고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사는거는 봐야하는데..
두려움과 초조함이 앞선다.
병원문을 나서며
난 실없이 남편에게 물었다.
" 만약... 나 실명하면 마누라 버릴꺼야? "
" 그럼 버리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마누라 뭐하러 데리고 사냐?
장님이 밥을 하겠냐? 빨래를 하겠냐? "
실없는 질문에 실없는 대답을 한 것이겠지만...
왜 그리도 야속하고 서운하던지.
순간적으로 눈 자위가 따끔거려온다.
하지만 난 안다.
절대로 내가 잘못되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도 날 버릴사람이 아니라는것을.
그래도 서운함은 숨길수가 없다.
많이 보아두어야지.
내 눈에... 많은것을 담아두어야지.
문득문득 난 눈을감고 벽을집고 주방도 가보고
살림살이의 위치도 기억해 두고
난간을 집고 계단도 살금거리며 내려가본다.
놀이삼아 눈을감고 음식도 먹어보고 더듬거리며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아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내게 그런 불행이 닥친다면
적어도 보호자가 없을때라도 나 혼자 해결할수 있는것은 해결해야 되지 않겠는가?
걸음마를 떼는 어린애마냥
조심스럽게 그렇게 하나씩을 새로이 배우고 익혀간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무엇을 할수 있겠냐만.
조금씩 연습을 하다보면 아주 손 놓고 당하는거 보다는 낫지 않을까?
죽음도 동반자로 더불어 살아가는데
병마 역시도 그렇게 내 몸의 일부로 더불어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아직은 괜찬다.
모든것이 말이다.
관절도 아직은 참을만하고
입안의 궤양도 약을 먹으니 견딜만 하다.
큰맘먹고 사골을 한벌 사왔다.
잘 먹어야 한다기에 우선 생각나는게 사골이라 지금 10 시간이 넘게
가스렌지위에서 푹~ 고고있다.
조금 짧게 살아도 좋으니...
더는 아프지도 말고 의사의 말처럼 홍체궤양이 내 몸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허허실실 웃고는 다녀도
억장이 무너지는 이 심정은... 어찌 표현해야할까?
볼수있을때 실컷 보아두고
살아있을때 많은걸 흡수해야지.
그리고...
언젠가는 남편과 자식에게 짐이 될지도 모르는데
열심히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긴...내 모든거 가족에게 다 주어버려 줄것도 없는데
사랑도 애증도 그리고 정 마저도.
다시또 찾아보면 있겠지.
지금부터라도 말이다.
두눈 동그랗게 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