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 엄마 얼굴이 왜 그랴? "
비가올거같으니 파 모종을 조금 갖다 심으시라며 한웅큼을 쥐어주던
이웃집 할머님께서 내게 묻는다.
" 왜요? 제 얼굴이 어때서요? "
' 워째 안색이 좋질않어 "
" 글쎄요... "
아마도 어제밤 잠을 설치는 바람에 얼굴이 푸석거리나 보다.
요며칠...난 제대로의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밤마다 꿈마다 돌아가신 엄마가 보이더니
어제밤에는 아버지까지 함께보인다.
초라한 밥상을 마주하시고는 앉아 계시는데
아마도....
비록 저승에 계실지라도 당신의 제사날은 잊지 않으셨나보다.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벌써 서울로 가는 차에 타고 있으리라.
그것이 작은 오빠네 차가 되었던 아니면 우리 차가 되었던 간에 말이다.
하지만.
금년에는 엄마의 기일에 참석할수가 없다.
엄마의 맏며느리이자 조씨네의 종부가 저리 중환자실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어찌 제사상을 차릴수가 있는가?
꼭 맏이가 아니더라도 작은 아들이 금년 한해만이라도 차려드리면 좋으련만.
작은 며느리마저도 유방암과의 싸움에 치열하니.
그냥...마음만을 갖고는 올해는 넘기기로 하였다.
큰오빠와 작은 오빠가 결정을 내린것이겠고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것이라고
어르신들도 말씀들을 하시니 그런가보다~ 는 해도...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은 숨길수가 없다.
살아생전의 당신의 삶이 그리도 고달프더니
어찌 돌아가셔서 까지 제밥또한 제대로 드시지를 못 하는건지
엄마의 사후까지 괜스레 화가난다.
온양에 있는 산소에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에 남편의 눈치만을 보지만.
어제 남편은 손님이 없다고 하여 새벽 세시가 넘어서야 집에를 들어왔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남편에게 차마 말도 못하고.
그냥 그 입에서 다녀오자~ 라는 말만을 기다려보지만.
하품만을 늘어지게 하던 남편은 이미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버렸다.
차라리 나 라도 준비를 할까?
그냥 과일몇가지와 전 몇가지...
뫼와 탕국이나 끓여서 엄마 아버지께 조촐하나마 한상을 차려드릴까?
생각은 해 보지만...
그것도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한다.
언젠가...
어디선가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나 나를 주춤거리고 망서리게 한다.
성씨가 다르니 조상들이 오지 않을거라고.
그리고 제사는 함부로 지내는것이 아니라는 그 말이...
남편은 말 그대로 운수사업.
해딱배딱 변덕스럽게 그런말을 믿는것도 웃읍지만.
무작정 무시하기에도 조금은 께름찍 하다.
그냥...
남편이 조금자고 일어나 어느정도의 피로가 풀리면
" 여보! 우리 장모님 산소에 다녀오자 "
흔쾌히 말해주기만을 기다릴밖에.
정말로 조상은 있는것이며 귀신또한 있는것인지...
그런거 없다고 손사래는 쳐도
내 엄마이고 내 아버지라서인지 마음이 무겁다.
" 엄마, 아버지... 당신네들 며느리들이 아파요.
제밥 드시고 싶다면 하루속히 병마와 싸워 이길수 있게 해 주시고
우환...더는 없게 도와주세요 "
부질없는 얘기들을 마음속으로 해본다.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화창하다.
내 마음도 날씨같았으면...
훌쩍 커버린 호박넝쿨과 고추와 가지들이 탐스럽다.
심난한 마음... 잡초나 뽑으며 삭여야할까보다.
내년에는 갈수 있겠지. 하는 바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