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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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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나무


BY shinjak 2002-06-24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것을 안다.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꼬여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 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죽나무 + 도종환


누군가 내 손이 필요할 때 기꺼이 팔을 내밀어

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 하나로 기쁨이 되는 생각

참으로 아름다운 생각이지요.

아무리 못난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모자란 사람도

어디에선가는 쓸모가 있는 몫으로 쓰이게끔 하느님은

하나의 그릇으로 만드셨겠지요.

그 자리에서 최선을 하는 삶은 아름답게 보인답니다.

가죽나무의 철학이 생각나는 비오는 날입니다.

하늘에 해가 없고 비고 오면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음기가 발동을 하기때문이랍니다.

따끈한 차 한잔을 마주하고 정다운 친구와 마주하는

날이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