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가 열흘쯤 입원을 했었다.
천식에 폐렴에 고생하다가 병원신세를 졌는데 같이 병실을 쓰던
가족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생각나 몇자 적어 본다.
54세의 너무나 말라 버린 아저씨.
작고 예쁘장한 그의 아내.
단정함이 묻어 있는 미술대학에 다니다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휴
학 했다는 아들.
언제나 웃음을 볼 가득 담고 있던 통통한 딸.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데 너무나 담담하게 아저씨를 돌보는
가족들의 모습에 나는 감동 받았다.
아버지의 입에 귀를 갖다대며 입에 미음을 흘려 넣고 발을 수시
로 주물러 대고 젖은 수건으로 구석구석 닦아내며 자기의 애정을
아버지께 조용히 건네주는 아들.
엄마의 지친 어깨를 감싸주며 장남 역활을 받아 들이는 모습.
췌장암 진단을 받고 이년 넘게 식구들이 긴장하며 살았을텐데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가족들이 열심히 돕고 있었다.
우리집 부근에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
를 해주었더니 당장에 달려가는 아들.
너무나 좋은 병원이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그 예쁘장한
아들은 아버지를 모시고 그곳으로 떠났다.
우리 아들도 몇일 있다 퇴원을 했고 "형아! 보러 가자"라는 아이
를 데리고 그 병원에 어제 가 보았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그 병원에 온지 사흘만에 운명하셨다는 말
을 전해 들었다.
기분이 너무나 이상했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가족들 곁을 떠나버린 분.
나와 어떤 인연의 끈도 나누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너무나 맘이
아펐다.
남은 가족들 모두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열심히 살아 가시길
바랍니다.
사람을 거두어 가시는 시간이 너무나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