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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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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여행"


BY namu502 2002-06-20

설악산에 가고 싶다.

비가 보슬보슬오는 새벽에 춘천을 돌아 금방이라도 삼켜버리고 말것 같은 안개속에 푹빠져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던 서늘함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밝아지는 새벽이 안타까웠던 그날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
결혼기념일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들도 놓고서 말없이 떠났던 여행.

차안에서 남편도 말이 없고 나도 말이 없고
아니 말할 필요가 없었다.
침묵이 훨씬 편안했다.
시트에 깊이 몸을 파묻고 그냥 밖을 바라보아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던 그 침묵이 행복했었다.

콘도밖을 산책하면 부부가 아닌 결혼전 연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낯선 장소에서 남편이 해준 아침을 단둘이 먹는 기분을 무어라 형언할수 있을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찬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다음날 아이들을 시누가 데리고 와서 내 10년의 결혼기념일은 거기까지가 여행였던 것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어 아쉽지만 맨날 곱씹을 하루 한나절의 기억이 있어 행복하기도 하다.

지금도 싸늘한 바람이 열어젖힌 창문으로 스산하게 들어오면 그때 떠났던것 처럼 훌쩍떠나고 싶은 충동을 내 반쪽은 자각하지 못하고 새벽의 달콤한 수면을 즐긴다.

어느날 기다리다 지치면 나혼자라도 소리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