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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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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티 하나더..


BY somjingang 2002-06-19

붉은악마'티셔츠를 모두들 하나씩은 갖고 계시나요?
그거 없어서 못 판다면서요?

동네를 걸어가다 보면 옷가게란 옷가겐 모조리 붉은
티셔츠로 도배를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붉은악마 티셔츠가 넘실대서 꼭 빠알간 꽃이
걸어다니고 있는것 같습니다.
한여름 태양아래서 붉게 타오를듯 피어나는 칸나를
보는듯도 싶습니다.

아이들도 학생들도 그리고 어른들도
빨간티셔츠를 입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태극기가 그려지거나, 붉은악마 구호가 새겨지거나
코리아파이팅이라는 글짜가 들어간 빨간 옷들이
거리를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월드컵에 열광하고 호나우드에
그리고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모조리 꾀고 있을 정도로
축구에 폭 빠져 있는
우리 아들녀석인들 그 '빨간티셔츠'가
갖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유치원 꼬마녀석의 등쌀에 못이겨
지난 16강포르투칼전을 앞두고 아빠가 아들녀석에게
붉은악마 티셔츠를 사다 주었더랍니다.

그런데 아이걸 사온다는게 어른용 small size를 사왔지 뭡니까?

이거라도 입어라고 아이에게 안겼는데 글쎄,
옷을 갈아 입어본 녀석이 갑자기 가위를 가져오더니
싹뚝 입은채로 옷을 자르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건
그때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그애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던 이유도 있었지만 설령 제가 전화를
받고 있지 않았다 해도 그 짧은 순간의 갑작스런 일을
저지할수는 없었을 정도로 눈 깜빡할 새에 그 일이 일어
났습니다.

'나 한테 너무 크잖아!'
제가 어째, 이런일을 벌였느냐, 고 물었을때 아이가 한 대답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잘라 놨더군요.
그러니까 옷을 입은 상태서 왼손으로 오른쪽 귀퉁일 잡고
제딴에는 제몸에 맞게 자른다는게
직선도 아니고 대각선으로 아주 요상하게 옷을 잘라
놨던란 말이지요.
하필이면 가위를 산지 얼마 안된
날카롭게 날이선 가위는 그날따라 아이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미끌어지듯 빨간티를 자르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이의 그 갑작스런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는새 아빠는 허허 웃었습니다.
뭔가 창의적이지 않느냐는 거였어요.
두고 보랍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그 성격이
아이에게 살아가는데 힘을 실어 줄거랍니다..

그래도 난 아깝기만 한데 말이지요..

중간에 구멍까지 뚫어져 버린 붉은악마 티셔츠는
한국전이 있을때 집에서만 입어야만 하는게 내심
속상했던지,
오늘 아침 일어나자 마자 아빠를 조르던군요.

'아빠, 우리 8강에 들었으니 빨간티 하나더 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