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집에서 축구를 보다가 아이들이 거기서 잠이 들었다. 잠든 두 녀석은 거기 두고 막내만 안고 와서 재웠는데 좀 있다니까 둘째가 울면서 오는 소리가 난다. 나가서 달래면서 쉬~를 시켰다. 아직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싸는 아이이기에. 아이가 쉬 하고 있는 마당 가장자리에는 어지러이 자란 풀섶이 있고 드럼통 하나가 옆으로 누워있다. 그 위에는 이슬이 조용이 내려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에 작은 존재를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잔잔한 반짝임이 중간중간 갈라진다. 뭔가가, 연속된 반짝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차롬히 내린 이슬 위에 누군가가 낙서를 했다.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 그려낸 듯한 구불구불하고 서로 뒤엉킨 선들이 있다. 누굴까? 이 시간에 여기서 낙서를 할 사람은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펴보다가....... 아하! 너였구나! 드럼통 저 쪽 끄트머리에 달팽이 한 마리가 멈춰서서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