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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사나이


BY wwfma 2000-08-23

두 얼굴의 사나이

나의 남편은 지금, 밤 1시에도 집에 없다.
나는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일 지 모른다.
상상은 한다.
그는 지금 술집에 있으며 아마도 여자가 나오는 곳일 것이다.
그는 여러 술친구와 함께 제 딴에는 술에 어울리는 사회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마 3시가 가까워 오면 집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상상을 할뿐이다.
그 술집에서 그는 여자의 접대를 받아가며 술을 마셨을 것이다.
그 술집에서 때론 노래도 불렀을 것이다.
그 술집에서는 그와 친한 어떤 이도 있을 것이다.
그 술집에서는 내가 모르는 그 만의 버릇을 아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와 십수년을 지내왔고 그에 관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매우 가깝게 여기며 무척 사랑한다.
그래도 나는 모른다.
그가 그렇게나 자주, 나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가 있을 술집 풍경을...
그 곳은 나에게 철저한 소외감을 주는 곳이다.
그럴 때 나는 외로와진다.
나는 생각한다.
이 땅에 사는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애써 외면한 채,
두 얼굴을 가진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일을 받아들이고 말아야만 하는지를...
내가 만약 그의 술자리에 몰래 스며든 눈이 된다면,
사회적 용인의 한계가 어떠하던지 간에, 나는 분명 배신감에 몸을 떨 것이다.
그를 더 이상 참아내기가 힘들 지경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하리라는 것을 나도 알고 또 그도 안다.
그래서 나는 그의 한 얼굴과만 산다.
그도 나머지 한 얼굴은 나에게 들키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나는 외롭다.
번연히 두 얼굴인 줄 알면서도, 애써 한 얼굴이 다인 양하는 그런 이에게
위태롭게 자기 삶을 내맡기고 한쪽 눈을 감고 살아야 하는 이 땅의 슬픈 여자이기에...
나는 다만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의 한 켠 속에만 한정되어 있는 불완전한 실체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