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앞의 게시판을 들여다보니
내일 그러니까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나흘간이나
온수관 세관작업으로 온수공급이 중단된다고 공고문이 나붙었다.
아니 이렇게 시원해졌는데
더울때 하지 왜 이렇게 늦게 하는거야...
하는 마음이 들면서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쩐다~~
가스불에 물을 데워서 샤워를 해야할텐데
귀찮고 힘들어서 어쩐다냐~~
그러면서 참으로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구나 싶었다.
예전에 이곳으로 입주를 하기전까지
나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살았었다.
첫 신혼집은 단칸 셋방이어서 설거지며 샤워까지 한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좁아터진 손바닥만 한 부엌에서도
그냥 행복했었다.
그렇게 몇년을 그런 곳에서 살다가
방 두개에 입식 주방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되니
그곳이 비록 반지하 셋방이어도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주방겸 거실인 그곳은 식탁까지 놓을 수 있을 정도의 넒이였으니
방 두개에만 보일러가 들어오고 주방은 비록 겨울에 발 디디기가
쉽지 않을만큼 차가웠어도 그래도 나에겐 천국같은 곳이었다.
온수도 나오지 않아 언제나 물을 데워서 써야했던..
그래도 불편함을 잘 모르고 살았다
의례히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으니까...
그러다 이곳 아파트에 분양신청을 하고 두달만에 입주를 하는 획기적인
일이 생기면서 눈물까지 흘릴정도로 기뻐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게도 느껴진다.
항상 물을 데워서 써야했고
목욕탕을 다녀야 했던 우리는 욕조에 따끈한 물 받아놓고
마냥 들어가서 눈감고 감격을 음미했었다.
그렇게 산 세월도 이제 강산이 변한다는만큼의 시간으로 흘렀다.
그러다 보니 당연지사 지금의 생활에 익숙하고
예전의 불편함에 비교를 해서 감사하단 생각은 잊고 살았는데
온수가 안나온다는 공고를 보고는
새삼 예전의 내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떠 오르는거다.
며칠 나오지 않는 온수때문에 이토록 걱정이 되는 내 마음
이렇게 간사한 내 마음에 제동을 걸어보고자 이렇게 써 본다.
수도물은 사실 예전 내 어릴적 우물물에 비하면
데운물이나 다름없이 따뜻한데.. 그게 무슨 걱정이람
이번 기회에 찬물로 샤워도 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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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 보시나요?
이곳에 글 올리실 때 이메일 주소도 좀 넣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