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고 하는데...
어제 내린 비탓인지 바람이 가을처럼 선선합니다.
아니면 몸살을 앓고 일어난 사람의 몸이라서 선선 했을까요?
어제밤...비가내리는 골목을 지나면서, 시든 장미꽃잎들이
비바람에 흩날려, 물기 가득한 도로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오월을 붉게 물들이며 자태를 뽐냈던 장미꽃들이 어느새 시절을
다해 시들어 뒹구는 꽃잎들이 되었으니...
아마도 어느 꽃잎들은 귀한 향수가 되기위해 새벽이슬을 맺은채로
깊숙한 연구실에 들어도 갔을 것이고, 어느 꽃잎은 어여쁜 사람의
식탁에 행복을 주기위해 꽃꽂이가 되었을 것이고, 또 어느 꽃가지는
아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병상에 놓이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네 인생도, 꼭 쓸모있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더러는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게도되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다면...이제부터라도
정말 쓸모있는 곳에서 삶의 보자기를 풀어 보아야 겠습니다.
한때 화려하게 오월을 장식하다가 시들어 떨어져, 골목 아무곳에나
뒹구는 장미꽃잎처럼 되지는 말아야 할텐데...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태여나 열아홉까지는 봄이라고 합니다.
스무살까지는 무엇을 해도 예뻐보이고, 무엇을 하든 아름다워
보입니다. 봄이란...그저 말만 들어도 예쁜 계절이지요.
여름이라고 하는 서른아홉까지는 혈기 왕성하여 무엇을 하여도
힘이넘치고, 귀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푸르른 계절이지요.
중년으로 들어서며 가을이라고 합니다.
아마 가장 아름답게, 중후하게 살아야 하는 나이가 왜 가을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가을을 살아보니 알게 되더군요.
전 지금 인생의 가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아픔을 겪고, 새롭게 태여나기 위하여 가을을
맞이했지요. 아직은 가을을 다 살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는 없지만...아마도 인생의 참맛을 알려면 분명 가을을 살아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을 했던 딸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도사가 있습니다. 제 딸아인 진지해지는 것이 싫어서 남자친구도
변변하게 사귀질 못하는 아이였는데...아마 그 전도사님을 알게
된것이 일년여전 이였던것 같습니다.
특별하게 챙기시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들이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까 그럴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어느날은 아이가 심각해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날은 기분이 좋아
들어오기도 하는 날들이 반복되었지요.
작은녀석을 통하여 들어보니 아마 그 전도사님께서는 큰녀석을
여자로 좋아하는 모양이였는데, 아직 아이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것만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이차가 보통보다는 많이
나기 때문이였습니다. 전 한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그 전도사님을
위해 그저 기도만 드렸지요. 큰아인 자신과 전도사님을 엮어서 기도
하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저역시 나이차가 나는 사람을
딸의 배우자로 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길 하면서도...얼굴이 한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몇일전 그 전도사님께서 연애인인 동생의 도움으로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고 아이들을 초대해 간 날이였습니다.
늦은 저녁 작은녀석이 전화를 해서는 전도사님과 함께 집에 가는
중이예요 합니다. 그래...이제는 손님이 찾아와도 괜찮은 집으로
이사를 했으니... 그러렴 대답을 하고 집안의 불을 모조리 켜놓고
기다렸습니다.
좀 늦은 시간이라 미안해 하는 전도사님을 집안으로 들이며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디에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을것 같은 외모하며, 교역자라 그런한지
교양있는 말씨와 예절바름...깨끗한 손...(전 사람을 볼때 손을 먼저
봅니다. 손톱이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하고 깔끔해야 하기때문에)
어느곳을 보아도 흠잡을 곳이 없는 건장한 청년이였습니다.
그야말로 첫눈에 반해버렸지요...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다과를 대접하고, 아이들 어릴적 앨법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요. 제 딸이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그 전도사님은 딸아이가 예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이 어미의 눈에 훤하게 보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밉지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뻐보이던지요.
돌아가면서 제 가정을 위해 축복기도도 잊지 않았고...
"어머니, 다음번에 정식으로 초대한번 해주세요. 그때는 잘 갖추고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넉살좋은 그 말도 전 이뻐보였습니다.
전 선뜻 대답을 했지요. 배웅을 하고 들어오며 아이들을 향해 말을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전도사 정말 괜찮다, 정말 탐나는 사람이
구나, 그러니까 이쯤해서 마음좀 열어보지 그래!"
제 이야기를 듣고 큰녀석은 눈을 흘깁니다. 그러나 싫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제게 그럽니다.
"엄마 입에서 괜찮다는 말씀이 나오시는 것 보니까 전도사님
점수 많이 따고 가셨는모양이네요."
아직은 제 아이가 나이가 어리니까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저렇게 생각이 반듯하고 예의바른 청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전 흐믓했고 행복했습니다.
제 아이가 아직은 사모의 역활을 감당할 재량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므로...탐은 나지만 잘해보라는 말도 아이에게 하지
못했지요... 사람의 인연이란 하늘에서 맺어주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 쪽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마음이 제여식
에게 전해저서 잘 되었으면 하는것이 솔직한 어미의 심정입니다.
작은녀석의 말로는 함께 만나 식사를 하던지 차를 마시면
전도사님 언니만 챙기고 녀석은 개밥의 도토리마냥 취급을 한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언니랑 전도사님이랑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어미의 가슴에 만들어 놓은 창문을 열고 딸아이들은
나가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창문만 만들어 놓고 나가지 않는것 보다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나가는 편이 어미에겐 효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 이렇게 인생의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기전에 무슨 일이든 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텐데...
그것이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비바람에 떨어진 시든 장미꽃잎처럼 도로에
뒹구는 인생은 되지 말아야 겠습니다.
그것은 끝없는 노력일 것입니다. 그리고 인내일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월도, 시간도 흐르고 있습니다.
잡을 수 없기에 더 열심히, 인내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자신을 알아야 합니다(핸디캡) 현실을 잘 알아야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목표가 설정 되었으면 쉬지말고
내달려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