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재봉틀에 박아지는 바늘땀마다 아픈 마음을 심고 살았다한다. 청춘 시절부터 지아비의 잦은 사업실패로 지어미인 당신이 직업전선에 선 세월이 어언 50여 년이 된다고 했다. 슬하에 6남매를 두고 단칸방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사도 수없이 다녔는데 방을 옮길 때마다 아이들이 많다고 거절도 수없이 당했다는 그 시대의 지어미인 어르신은 삯바느질로 6남매를 성장시키는 가운데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면서도, 매일매일 수입을 모두 무능하지만 지아비인 남편에게 경제권을 인수하고 당신은 그저 삯바느질에만 전념한 세월이 50여 년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까지 집안의 민생고 해결이나 자녀들의 뒷바라지가 모두 부인 몫이었다고 했다.
어는 해이던가 백수인 남편은 문 밖 출입이 잦으면서 외도를 하기 시작했었는데, 바람난 사실을 몇 년 후에야 눈치를 챘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단칸방에서 6남매를 거느리고 살자니 윗목 한 자리에는 재봉틀이 자리잡고 좁은 방에서 복작거리고 생활하면서 밤이면 아이들은 아랫목에서 숙제를 하고 당신은 윗목에서 바느질을 하느라고 재봉틀의 소음에 아이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늘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았다고 하며 다행이 착하게 성장해주는 아이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고 했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복잡한 생활이 계속 이어지면서 저녁이면 아이들은 아랫목에 나란히 엎뎌서 숙제를 하고 당신은 윗목에서 드르륵거리며 맡은 바느질을 약속 날짜에 맞춰 끝내느라고 밤을 꼬박 하얗게 새우는 일이 허다했었다고 했다.
그런 실정임에도 무능한 남편은 늦은 밤에 술이 만취로 떡이 되가지고 단칸방으로 들어서며 고래고래 주정을 하는 바람에 공부하던 아이들을 얼른 이불을 덮어씌워 놓고 아버지가 잠드실 때까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귀뜸을 하고는, 게걸대는 남편에게 오늘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으며 양말과 겉옷을 벗겨주면서 주정하는 남편의 입을 막는 라고 어린아이를 달래 듯이 한 참을 주무르며 달래다보면 바로 잠이 든단다. 그러면 잠든 남편에게 자리를 봐주고는 그제야 아랫목 이불 속에서 쥐죽은듯이 숨도 크게 못 쉬고 있는 아이들을 일으키며 아버지가 잠드셨으니 어서 하던 숙제들을 끝마치라고 하고는 당신은 또 드르륵∼.. 재봉틀에 마음을박아 심는다고 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며 바람난 남편에게 더 성심으로 잘 해주니 가끔씩 외도를 하던 남편은 아예 살림을 차렸는지 며칠에 한 번씩 집에 들어오는데 그런 때에도 더 성심으로 보필을 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 아이들이 아버지의 바람기를 눈치라도 챌세라 전전긍긍하며 남편의 권위와, 아버지의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하며 바람난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계속 삯바느질의 수입을 전액 남편에게 갖다바치면서 경제권은 가장이 맡는 것이라며 여전히 권위의식을 심어주며, 경제력을 책임진 지어미인 당신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타서 썼다면서 또 아이들의 용돈도 꼭 아버지에게 타다 쓰도록 했다고 했다.
그리고, 매사 집안에 잡다한 의논들도 모두 엄마인 당신이 아닌 아버지와 상의하고 의논하라고 아이들에게 미리 몫을 박아놓았다고 했으며, 집안의 대소사나, 밖의 일을 처리 할 경우에도 모두 남편에게 일임을 했고, 되도록 대인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를 해서 기죽어 사는 남편의 권위를 세워주려는 마음으로 일관했다하며 한 가정의 가장인 지아비는 하늘이라는 생각에서 가식이 아닌 본심에서 울러나는 솔직함이었다고 했다. 그런 세월을 수년을 맞으면서 남편은 어는 때는 작은 부인하고 함께 집을 들리곤 하는데 그럴 때에도 더 신경을 써서 잘 해주었으며 끼니때가 되면 겸상을 차려서 손님 대접하듯이 깍듯이 작은부인을 대했다고 하며 작은 부인을 달래고 다독이며, 계속 타이르며 바른 길로 갈 것을 수없이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여자는 당돌하기 그지없이 무례하게 앙 탈을 떨며 아나 무인 격으로 나올 때에도 그냥 자식을 타이르듯이 품어안다시피하면서 애원도 했었다하며, 남편이 작은 부인과 살림을 차린 세월이 8년이나 흐르는 동안에도 일구월심으로 무능한 남편을 보필하며 재봉틀을 돌리면서 한 땀 한 땀 한복을 만들 때에 아픔마음을 바늘땀에 심으며 정말 힘들고 아픔 때에는 넋두리를 노래로 토해내며 맺혔던 한을 풀기도 하면서 남편의 하는 짓거리가 아무리 미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속울음을 곱씹을 때 남편이 미워질까 봐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하는 그 시대의 여인상인 어르신께선 빈 껍질과 사는 기분이었지만, 6남매의 아버지라는 것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당신존재는 접어놓고 오로지 남편과 자식들만을 마음에 두고, 일념으로 지어미의 본분에 어긋남이 없이 지금까지 생활에 임했다고 하는데.. 반면에는..
바람났던 남편의 심증을 헤아려보면.. 무능한 남편으로 낙인이 찍힌 지 수십 년을 바라보는 세월이었음으로 첩을 두게된 계기도 지아비의 권위가 실추됨의 반항이었겠으며, 늘 재봉틀과 주야로 씨름하는 안사람에 대한 안쓰러움과 지겨움도 있었겠지만, 점잖고 도덕적인 여인상의 지어미가 좀 답답했음도 있었겠고, 그러다 보니 말벗이나 하자고 알게된 젊은 여자를 만나면서, 부인에게서 못 느꼈던 유형의 매력에 폭 빠져들어 빼도 박도 못하고 8년이란 긴 세월을 이방인으로 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쳤다.
그 시대의 지어미는 주야로 드르륵∼.. 재봉틀을 돌리면서 삶의 아픔들을 가요나 노랫가락을 읊으면서 삭혔다는 그 시대 지어미인 어르신의 노랫가락에는 어딘지 모르게 한 맺힌 매운맛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해 고뇌인 애절함의 넋두리로 다가오기도 했었으며, 프로가 끝나는 시간까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환한 이미지의 지어미는 연세에 비해서 아주 젊고 박꽃 같은 맑은 인상이었으며 눈가의 주름에도, 입가의 주름에도 농도 짙게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가득 담긴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어미인 어르신께선 슬픔이 담긴 예기에도, 기쁨이 담긴 예기에도 그저 환한 미소로 일관하시며 조근조근 옛 추억담을 회상하시며 진행자의 물음에 또박또박 답하는 두 분 표정의 마주보는 눈빛에는 잔잔한 환희와 눈가가 촉촉한 표정이었으며 지난 세월 고뇌의 흔적들을.. 그 옛날 옛 예기로 털어놓는 분들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지난 주(화), 아침마당프로인 부부탐구에서 그 시대의 지어미상인 어르신의 인생 담을 화면으로 시청하면서 희생정신의 지어미와 가부장적인 지아비의 삶의 색깔들이 영상으로 다가오는 듯 했고, 한 평생을 거의 백수로 살면서 현세까지 큰 소리 탕탕 치며 권위적인 지아비인 어르신은 체구도 왜소하신 형인데 참 인덕과 특히 처복이 많은 분이란 생각과, 그 시대에 귀감의 표상인 지어미의 생활신조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임에 그 예를 들어본다.
진정한 사랑 심이란,
"단점일수록 꽁꽁 감싸주고, 장점일수록 뚜껑을 열어 기를 살려주는 것이 참사랑"이라는 "사랑심의 본"인 격언의 말씀을 마음에 심는 순간!..
나 자신 쥐구멍의 생쥐 몰골의 형상이었음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