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나뭇잎이 얼만큼 컸는지
뜰에 어떤 풀꽃이 폈는지
이혼한 친구는 잘 살아내고 있는지
암에 걸린 이모는 우울하지 않은지...
정말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항상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마다 늦어서 뛰어 다니고 허둥거린다.
넝쿨 장미꽃 향기가 길가에 가득인 걸 알뿐이다.
뜰을 자세히 봐야 내 좋아하는 들꽃이 뭐가 폈는지 아는데...
그래...마자...
요즘은 개망초꽃이 한창일텐데...
여유있게 들길을 걷고 싶다.
내 좋아하는 친구와 손잡고 자연을 이야기하고 싶다.
인생과 삶의 고단함도 주절거리면서...
사랑은 말하지 않겠다.
그저 스쳐 지나갈 감정..
아름답거나 영원하지만은 않으니...
바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사랑으로 빠져버렸다.
우리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중심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중심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낯선 거리에 서서도 암울한 터널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려 고집을 부린다.
이 지상의 감정들을 덧없다 밀쳐내면서...
오늘 하루도 바쁘게 살았다.
그래야 내 자잘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내 잡스런 생각에서 탈출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ㅎㅎㅎㅎㅎㅎ
바빠도 내 좋아하는 들길을 걷고 싶다.
들꽃 한송이에도 웃음이 마구 나오고
냇물 소리에도 마음이 맑아지고
하늘에 떠 있는 수채화 같은 구름을 봐도 눈이 밝아지고
바쁜일 끝나면 그래야지..
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오늘도 내일도 바쁘게 살아가련다.
우연히 자연스럽게 운명처럼...
어떤 친구가 그랬다.
팔자란 말은 쓰지 말라고...
그럼 이렇게 써야지 난 행복하다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건강과 정신이 있어 감사하다고...
한복일은 여름엔 한가하다
그래서 백화점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당 아르바이트...
이월 상품이나 기획상품을 파는일이다.
하루종일 서서 손님을 맞고
하루종일 서서 나와의 싸움을 한다.
이번만하고 그만해야지 하다가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오늘도 몇만원 벌었구나" 한다.
누가 공짜로 돈을 줄리 없다.
세상엔 공짜도 없지만...
내가 종일 노력해서 버는 돈이기에 떳떳하다.
오늘도 바쁘게 살았다.
피곤하지만 한가지를 해 내었다는 것이 좋다.
사십대는 두 가지 아줌마만 있다고 누군가 그랬다.
돈 쓰는 아줌마와 돈 버는 아줌마...
나도 돈 쓰며 살고 싶은 아줌마다.
그러나 내 팔자는 돈을 벌어야 하는 아줌마다.
아..참...
팔자란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
돈 버는 아줌마....좋은 거 아닌가?
내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