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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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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너의 실수!!!


BY 강물처럼 2002-06-06

새벽 4시30분.
손폰의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찌르르르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일어나
찬물에 푸우푸우 세수를 한다.

조금 정신이 든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하고
까칠한 얼굴에 도로포장도 열심히
해 준다.

시간은 벌써 5시가 넘었다.
아직도 꿈속을 헤메는 남편을 깨우고
서둘러 아이들이 먹을 아침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오늘 미국에서 언니와 형부가 오시는 날이다.
새벽 비행기로 오기 때문에 빨리 서둘러야 한다.

차에 시동을 걸고 새벽 길을 달린다.
이른 새벽인데도 붐비는 도로를 벗어나
88대로를 접어드니 차는 시속100km의 속도로
내달린다.

한시간이 조금 넘었을까..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단장한 신공항이 그 자태를
뽐내며 손짓한다.

국제선 승객이 도착하는 곳을 찾으니 의외로 한산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전광판엔 속속 들어오는 비행기의 움직임이 기록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샌프란시스코발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월요일 6시45분 도착이라 했는데..
언니가 타고온다는 아시아나 항공사 안내로 가서
연유를 물었다.
이럴수가~~
뉴욕발 6시30분 비행기는 이미 도착했단다.
그런데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편은 없단다.
너무도 황당한 일이라 언니의 이름을 대며
탑승자 명단을 확인 해 보라고 하니
오호... 통재라...
내일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언니의 이름이
들어 있단다.

어젯밤 잠도 설치고 새벽 길 달려 온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형제들에게 황급히
이 엄청난 재앙을 손폰으로 알리니 모두들
차한에서 기절초풍이다.
동생내외는 오던 길 돌아서 집으로 간다고 하고
리무진 버스 타고 오던 언니는 도중에 하차할수
없으니 그대로 공항으로 온단다.

무슨 일을 이리도 허술하게 했느냐는 남편의 질책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다시 한번 헛된 희망 속에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헬로우~~~ "
기가 막혀서...
언니다!!

"뭐야.! 지금 여기 공항이라구. 어케 된겨유?"

"어머머~~ 뭐라구? 내가 월요일날 도착한다구 했잖어"
"바부!! 오늘이 월요일이라구~~ 지금 여기 난리났단
말이야--"

"정말 거기 오늘이 월요일이니?"

아니 어려서 부터 똑똑이 소리 듣던 큰언니가 우째
이런 실수를..

어디서 부터 잘못 된 것인지 알수 없지만 너무 허탈하다.
예민한 남편은 속이 아프다며 약국을 찾아 자리를
떠 버린다.
헐레벌떡 뛰어 온 작은 언니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마음 좋은 언니는 살다가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웃기만 한다.

삐져서 말도 잘 안하는 남편을 겨우 달래서 4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호텔 직영이라는 한식집에서 북어탕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나니 그래도 조금 기운이 난다.

언니를 먼저 버스에 태워 보내고
다시 차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마침 출근 시간이라 도로는 주차장이다.
슬금슬금 남편의 눈치를 보는데 또 졸음은 왜 그리도
오는지.
햇볕에 눈이 부시다며 엄살을 떨고 시커먼 선글라스로
위장을 하고 깜빡깜빡 졸았다.

두번의 통행료에 기름 값,
그리고 아침식사비.
말은 안해도 남편의 심사가 얼마나 뒤틀렸는지
알만하다.

간간이 차가 서있는 동안에 운전대 위에 무언가
계산을 하고 있는 남편..
너무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건 고의가 아니잖은가 말이다.
남자가 쫀쫀하게스리..

2시간여 만에 집에 도착하니 시계는 10시가 넘었다.
"띠리리리----"
도착과 동시에 울리는 전화를 받으니
미국언니다.
"00 야~~ 미안해서 어쩌니__
나 형부한테 혼나고 말도 마라.~
분명히 여행사에서 Monday 라고 그랬거든..
그리고 니네 내일 나오지 마라 .
우리 끼리 그냥 갈께.."

"아유~~ 괜찮어 언니 그럴 수도 있지 뭐.
걱정마 내일 다시 나갈께. 0서방도
괜찮다 그랬어. 다 이해한데."

전화를 끊고 남편을 쳐다보니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당신 오늘 수고 많았어요. 정말로"

"아니야.~~ 수고는 무슨,,, 괜찮아"

어쨌든 힘든 아침이었다.
양다리 걸치고 이쪽 저쪽 헤아려주다가
내다리는 망가지기 일보직전이다.
근데..
내일 정말 오긴 오는건가????
이젠 나도 헷갈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