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마치고 아이들과 시댁식구가 모인 시누네로 가기위해 택시를 잡았다.
행선지를 말하고 앉아있는데 젊은 기사양반이 백미러를 통해 슬쩍 나를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싱겁고 겸연쩍게 씨익 웃더니 하는 말
"결혼 하셨죠?" 란다. 못을 박듯.
아니, 내옷에 아줌마란 표가 붙었나? 은근히 화가나기 시작했다. 나, 물론 결혼 10년차, 초등 3학년의 장성한 아들을 둔 확실한 아줌마이다. 그래도 그렇지, 아줌마일까 아가씨일까라고 묻는것도 아니고 그냥 확 아줌마로 단정을 내리니, 약간은 짜증까지 날라구 한다. 여자에겐 다들 그런맘이 있을터이다. 아줌마로 불리기보다 아가씨로 불리길 원하고 남들눈에 한살이라고 더 어리고 생생해 보이고싶은 욕심같은거..
가게를 하고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는 푹 쳐진모습으로 살길 거부하는 편인 나인데, 그래서 모르는 혹자들은 더러 날보고 아가씨라고 불러도 주는데-물론 예의상일수도 있겠지만--이 아저씬 나의 무엇을 보고 그토록 확신있게 말을 하는 것일까?
"아줌마 같아 보이나봐요.."라고 격앙되려는 목소리를 누르며 좀은 호기심에 차서 내가 물었다.
"허허, 첨에 차 잡을때는 영락없는 아가씨인 줄 알았죠. 근데, 행선지 말할때 보니, 아줌마 같았어요.."
".....!"
그런 것일까? 곰곰 생각을 했다.
말할때, 말을 해보면 아줌만 표가난다니..
내가 만일 아가씨였다면, 좀은 견제하듯 자신을 감싸듯 긴장된 목소리로 "아저씨, 어디어디요.."라고 이쁘게 말을 했겠지.
그리고 또 생각을 해 본다.
아줌마가 되고서 잃어버린것, 느슨해진것들을..
걸음을 걸어도 우리네 아줌마들에겐 긴장감이 없다. 뭐 별로 바쁜것도 없지만 여기 기웃 저기기웃거리며 한쪽으로 넋을 놓고 다니지 않는가? 그리고 누군가 애기를 하면, 이리저리 재는것도 없이 암데서나 껄껄웃고 자기속내를 내비치기 일쑤이다.
목소리 색깔부터가 틀리지요, 라고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던 택시기사..
맞다. 아줌마가 되고서 내 목소린 얼마나 커졌나? 아들둘을 둔 덕에 소곤소곤대다가는 24시간내도록 내 의사표시는 될리가 없으니.. 환경이 나를 만드는지, 내가 환경에 지배당하는지...
무슨말을 할라치면 얼굴색부터 붉히던 예전의 그 수줍음이란 어디에도 없을터. 그러나, 나 지금의 내 모습, 아줌마로서의 내 모습을 좋아한다. 맑고 곱던 눈매는 매섭게 변하고, 티없던 피부엔 거뭇거뭇 세월의 그림자가 지고, 수줍던 미소는 너털웃음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대로의 아줌마인 내가 좋다.
내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노력, 견제의 벽을 흐물고 누구하고든 손바닥을 맞두들기는 조금은 호들갑스런 모습, 누군가 가슴아파하는 이에겐 밤새라도 지켜주고싶은 넉넉함, 그런 모습의 아줌마가 나는 좋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누군가 '아가씨'라고 불러준다면 설령 그것이 상대를 배려한 가식의 소리일지라도 금방 기분이 밝아지고 무언가 하나라도 덤으로 얹어주고 싶어질게다..
나는 아줌마이기에 앞서, 여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