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놈이 중간고사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때는 창의력공부다 열린수업방식이다로 시험에 그리 자주
노출되지 않았었기에 시험이란 것에 대한 부담을 잘 모르고 지났나보다.
중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작년...
첫 중간고사때는 정말 부담없이 시험을 치뤄냈다.
딱히 공부랄 것도 없이 평소실력대로 본다며 시험기간중에도
좋아하는 책만 보고 앉아 있고, 컴게임에도 열올리며 있었다.
속으로는 걱정이 돼서 뭐라 하고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 한번 그냥 치뤄봐라...그러면 정신차리겠지...하며 지켜보았다.
결과는 물론 실망 그 자체였다.
배치고사 때의 성적을 믿고 계셨던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불러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나보다..
아니나다를까...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배치고사때와는 너무 성적이 안좋게 나왔는데,
아이가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시다..
학원이든 과외든 본인이 하기 싫어해서 안 보내고 있었는데..
선생님도 어쨌든 끌려가는 학습방법보다는 혼자 스스로 하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기말고사에도 성적이 안 오르면 다른 방법을 찾아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자신의 아이 얘기도 하셨다.
배치고사야 말 그대로 반 배치고사이고, 반짝공부를 하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문제집 한권을 풀고 가서 본 배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나서 중간고사에서 전교등수가 좀 밀리니 당연 걱정을 하셨던것
같다.
우선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 큰아이는 성격이 느긋하다.
사고의 폭도 넓은 편이라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
시험기간 중에도 읽고싶은 책 사달라고 해서 그냥
내리 읽고, 교과서 한번 쭉 훑어보는 식으로 공부한다.
자기반 아이 하나가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데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이 안나온다고 걱정까지 한다.
그렇게 공부를 안하고도 그나마 그 성적을 올리는 것이 어떨땐
신기하기 까지 하다.
수업시간에 집중만 하면 된다는 아이의 생각과 그래도 문제집이라도
한권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엄마의 생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느긋한데는 장사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학원을 알아보았으니 그곳으로 다녀야겠다며 보내달란다. 이제부터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간 영어와 한자만 따로 공부를 했었는데, (1학년때 잠깐 학원에
2달 다닌 적이 있다) 이젠 교과에도 신경을 써야 겠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밤10가 된다.
그때 돌아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나서는 책상에 앉아 12시까지 한다.
아들은 시험공부 중이라 제 방문을 굳게 닫고서는 책상앞에 앉아
있다. 엄마는 잠이 많은 지라 밀려오는 잠을 자꾸 쫓으며 거실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이가 화장실 가려고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서는
"엄마,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 조금만 하고 잘께요."한다.
그 대답을 듣고 혹시 내가 앉아 있으면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그래, 엄마 들어가서 잘테니 조금만 하고 자거라.."하고 들어가
눕는다.
시험공부 중...
이제 겨우 중학 2학년인 아이가 시험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공부좀 해야겠다는 아이의 얘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것은
왜일까....
이제 시작인데, 공부가 이제 시작이긴 한데...
마냥 좋지만은 않은것은 정말 왜인지 모르겠다.
펑펑 놀때와는 사뭇 다른 이 마음은....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