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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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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26편-청개구리


BY shinjak 2002-06-01

친구집에가서 밥 한 끼 먹고
느낌을 말하라는 숙제를 냈다.

남의 집의 느낌과 예절교육 차원에서

유진이 집에 선홍이가 노랑 장미
한 다발을 들고 벨을 눌렀다.

어머 놀란다.
눈이 큰 유진이의 볼이 빨개졌다.

유진이 엄마는 유부초밥 누드초밥 단무지
선홍이 어머니는 과일을 예쁘게 담아 갔다.

남자아이 선홍이는 여자 친구집이 신기하고
여자아이 유진이는 남자친구와 같이 밥을 먹는 신기함.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점심 한 끼 먹고 어머니까지 친하게 되어
체험도 늘 함께 다니고 정보도 주고 받아서 좋단다.

일요일에는
선홍이네 시골 외갓집에 같이 갔다.네 사람이

논가에서 순수 우리 들꽃을 화분에 담아오는
숙제를 하기위해서...

월요일날 아침,
비닐 봉투에 담아 이사온 청개구리 한 마리가
교실을 환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유진이는 커다란 눈을 하고 친구들의 등쌀에
의기중천하여 있었다.청굴이의 등장으로

시끌시끌 와글와글 왁자지껄...

낯선 청개구리는 눈이 더욱 휘둥그래져
이리 팔딱 저리 팔딱
뛰는 모습 가관이라 더욱 고함.

기다란 유리병에 쑥돌을 넣고 풀을 넣고
물을 넣고 홀아비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홀아비인지 할어미인지 청개구리는 잘도 자란다.

이유는
형진이와 그 어머니가 파리급식을 맡았다.
형진네 집 부근에 도깨비집이 한 채 있는데
그 옆에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있는데
동네 파리는 다 들끓는단다.

땀을 흘리며 매일 파리를 잡아 와 먹이고 운동을 시킨다.

교실에 홀아비방을 꾸민지가 벌써 20일이 지났다.
하루에 파리를 다섯마리씩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 교실의 귀염둥이 청굴이.

여덟마리를 잡아와도 다섯 마리만 먹는다.
이런 미물도 자기의 양을 알고 절제를 하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파리에게서 배운다.

연두색 옷을 입고 눈은 새카맣고 뒷다리는 길고
건강해서 윤기가 자르르 번질번질
파리를 먹이고 운동을 시킨다.
교실이 자기 세상이 되어 책상다리 걸상다리 피아노 구석
아무곳이나 전 교실을 열심히 뛰어다닌다.

청굴이가 어머니 속을 썩혀 어머니가 죽은 것을 알만하다나.

질긴 생명력을 보고 겨울이 가기 전에 돌틈에서
정력제라고하며 씨까지 말려바리는
남정네들의 속셈을 알것같다.
저런 생명력이 탐이 나서일까?

우리 교실 청개구리까지 훔쳐가지는 않겠지.

훔쳐가면 큰일 난다.
아이들이 학교오는 재미가
청굴이 보는 재미로 학교에 온다나.

어느날은 아침에 청굴이가 없어졌다.
너무 서운해하느라고 공부를 못하는데
읽기 교과서 책속에서 나온다.
공부를 하고 있었나보다.
아이들은 또 환호성이다.살아온 청굴이를 환영하듯...

청굴이가 언젠가는 죽는 일이 있을텐다 걱정이다.
아이들이 죽음을 어떻게 대할지 말이다.

청굴아 오래오래 살아다오
어머니의 몫까지.

생명이 태어나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도
가르쳐야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