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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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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남자이야기-나의 첫번째남자


BY 스카이 블루 2001-04-25

사람과의 인연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요.
특히나 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는 속된 말이
그른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으니까요.
어떤사람을 만나서 어떤말들을 주고받는가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여자들은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혹은 커다란인생의 변화를 겪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요.
2학년때라 기억됩니다.
할머니랑 산기슭에 양을 키우며 살았죠.
우유대신 양젖을 먹고
작은도랑에서 고무신으로 올챙이도 잡고
운좋으면 바위틈에서 가재도 잡을 수있었죠.
보랏빛 제비꽃도
원없이 보고
깜부기를 뜯어먹고는
시꺼머진 흑인 입모양으로
서로서로 끼득거리며 웃어도
야단치는이 없어 좋았고
들판에 아무렇게나 자란 풀과 꽃잎을
뜯어와 돌멩이로 꽁꽁 찍어
소꼽놀이도 했죠.
할머니가 바가지를 대고 잘라주신
촌스러운 바가지머리도 그때는
이뻐보였죠.

그런데
늦여름쯤이었어요.
한남자아이가 전학을왔어요.
서울에서요. .
하얀피부 세련된 헤어스타일
단장한 옷차림.귀공자같았죠.
딸아이가 좋아하는 류시원과 분위기가 비슷했죠.
그당시만해도 서울사람은
멀리 외국에서 온사람처럼 신기하고
별세계의 사람처럼느꼈지요.
하얀피부가 유난히 고왔어요.
저는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왜냐면
제 옆자리가 비어 있었거든요.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저는 자꾸만 학교에
지각을 했지요.
아침마다 이옷 저옷 꺼내놓고
엄마가 사다주신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갑자기 ?고하다가
할머니 한테 된통 혼나곤 했죠.
한달 두달이 지나고
서로 꽤 장난도 치고
친해질 무렵이었어요.

한번은 장난을 치다가 그만
그 아이의 입을 막게 되었어요.
표정이 굳어지면서 내?鍛?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제 가슴에
깊숙이 아주 깊숙히 박혔지요.

'"에이 씨 ! 양똥냄새나는 더러운 손을
어디다 대는거야 공부도 못하면서."

이후로 저는 손을 자주씻는 버릇하나를
지금도 결벽증처럼 달고 다니죠.
남한테 지기싫어하는 오기도 그때 생겼죠.
그후로 6학년 말쯤에
그아이를 다시 우연히 만났죠.
4학년때 다른학교로 전학을 갔었는데....
각학교 대표들 모임이었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그때 그아이 한테 받은 상처 때문인지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잘 건사한덕분인지는 몰라도 저는
2학년때의 촌계집이아닌
다른아이가 되어있었죠.
소개할때 학교와 내이름을 듣고
말을 걸려하던 그아이에게
" 니 누군데, 나는 니 모른다."
어쩌면 그 상처들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유난히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은
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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