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난지도 어언 십여년
항상 바쁜 그녀의 삶
참외 모종에 사과 나무 순따기
달마다 돌아 오는 제사는 같은 동네란 상황이 아니더라도
당연 그녀의 몫.
어렵사리 분가 아닌 분가를 하고
시댁과는 걸어서 십여분 거리에 집을 지으면서도
사십여년만에 가져 보는 그들만의 공간이기에
거실이며
부엌이며
윤이 나도록 걸레질하며 꿈을 키웠었는데...
남편의 손에 이끌려 함께 온 아들을 어렵사리 받아 들이기까지
가슴 한쪽은 어느새 베어버렸는지도.
이혼 이란 단어를 끝내 묻어버린채
다시 자신의 하우스에서 눈물과도 같은 땀을 흘렸을 그녀.
두 볼의 붉은 색을 지워 본적이 없는 일더미에서
나름의 꿈을 일구었으리라
저 방울 토마토
참외 알알이
남편은 흐르는 물처럼 겉돌지라도
다
그 모든 것이 다
내 질긴 운명이려니....
먼산에 계절마다 색색의 옷을 입을때에도
아이들 뒷바라지에
낡은 신발이 헤질지라도
그 산의 꽃향을 애써 외면 했으리라
시댁 제사에 그 아픈 배를
움켜 진채로
설거지를 하고
전을 부쳤겠지
무엇이 그렇게 그녀 삶의 주인인지도 모른채
다시 검사를 받고
병원을 옮겨야 하는데도
그저
물이 오른 하우스의 토마토만 걱정을 하고 있으니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 보다
더 많이 그녀의 몸에
열린 암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