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갓졸업하고 단발머리 나폴거리며 싱그러운 풀내음이라도 날듯이
화장끼 없는 맨 얼굴로 첫인사를 건네고는
20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 ...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인연으로 예정되었던 시간속을 나는 그렇게 건너왔다.
이제 그 사람들은
사십이 다 되어가기도, 혹은 이미 사십을 넘어서 한참을 내달리며
저마다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동안에도
그녀들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인생선배로서 내겐 늘 따뜻한 빛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리 오랜 세월을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살아온 날을 떠올리려면 어김없이 그녀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직도 "야 ... 누구야"란 친근한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그 언니들이 난 그저 정겹기만 하다.
시간이 조금 여유로울 때면 우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나누었던 것 같다.
특히나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칠때면 언제나 그자리에서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듬뿍 주었기에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일꺼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같은 일터에서 하루중의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었으며,
같은 사람과 몇번이나 다시 만나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깊은 인연이지 싶다.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날, 그리고 명절때마다
크게 대수로운 것이 아닐지라도 자그마한 것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서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일은
지금와서 생각해 보아도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사람을 대할때마다 생각하는 일이지만, 편견없이 고루 고루 친하게 잘 지내는 것만큼
재산이 되는 것도 없다.
위로는 언니들을 잘 따르고, 아래로는 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언니로 살아가는 일은
일터에서의 관계를 매끄럽게 해 주는 듯 하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고운 마음이나 시선은
우리 모두가 또 하루를 잘 살아내었다고 기꺼이 말해도 좋을
의미를 가져다 준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마주 보아도 통할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오월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지금은 분명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때일 것이다.
어느새 성큼 다가선 여름을 맞이하느라 그런건지
가까이서 본 넝쿨장미는 제 빛을 조금씩 상실해 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신록의 푸르름과 넝쿨장미의 조화로움은
나를 곧잘 창가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햇살이 오늘처럼 고운 날에는
아주 오랜시간 창가에서 나즈막한 ?슷떳껐?함께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그래도 내가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없이 다정한 사람들을 만난것이라고 말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점심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상추쌈을 푸짐하게 먹어도 나를 흉보지 않을
그녀들을 만나러 가야 겠다.
이곳 아컴도 내게는 다정한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늘 넘치는 기쁨을 가져다 주는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인생의 대선배님들이 계신데...
새파랗게 어린 것이 무엇을 쓸 수 있으려는지 많은 망설임 끝에
내디딘 첫발걸음이 어느새 1년을 넘어섰다.
그 모든것은 사랑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서로 아끼고, 보듬어 주는
언제나 향기 넘치는 공간, 열린 공간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그런 공간이 될수 있도록 좀더 많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나를
약속하고 싶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아직도 누군가 내 이름을 정겹게 불러줄 수 있는
일터에 있는 시간
이런 지금이 나는 참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