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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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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휴가..


BY 이경 2000-08-21

알프스콘도에 도착 하자마자 비가온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이번 여름엔 휴가를 세번이나 갔다.
비와 천둥과 번개를 함께몰고서....
각설하고...
그런데 이건 또 뭔가....콘도에 에어콘도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락실도 없고 슈퍼에는 먹을것도 없다.
아이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일단은 이 분위기를 모면하기위해 설악산 워터피아로 향했다.

워터피아엔 그야말로 선녀와 나뭇꾼만이 득실득실했다.
하늘에선 비가내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올해 처음으로 구입한, 휴가를 두번이나 가면서도 비가와서 입어보지도 못했던 비키니 수영복을 만족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뭐..배가 조금 나오면 어때..
난 아들이 둘이나 있는 아줌마인데...^^

이젠 허리가 아예없다면서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훑어보는 그이를무시하고 일단 온천수로 풍덩...
으햐...좋다.
순간 난 선녀가 되고 그이는 나뭇꾼이 되더라.
수영솜씨를 뽐내는 아릿따운 선녀를 보고 군침을 삼키는...^^

다음날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않았다.
좋아. 비만 안오면돼.
아이들과 약속한 대로 화진포해수욕장에 갔다.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가지고간 보트를 바다에 띄웠다.
파도타기에 너무도 열중한 내 얼굴위로 갑자기 무엇인가가...
으악.

파도에 쓸리던 노가 얼굴을 강타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입술에선 피가...
얼른 혀로 이빨을 건드려보았다.
감각이 없다.
순간 틀이를한 30말년의 아줌마 모습이 떠올랐다.
안돼...안돼...
입술을 감싸고 바닷가로 뛰쳐나왔다.
거울을 보니 벌써 입술한쪽이 시커멓게 부어오른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만들고 있다.
반쪽은 보랏빛으로 퉁퉁부어오른 입을 연신 거울에 비쳐보며
"입술좀 터지면 어때. 다행이 틀이는 안해도 되는데..."
허리가 없다고 흉보는 남편인데 틀이까지 하면..ㅎㅎ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파도는 아까보다도 더 세어지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텐트에 길게누운 중년의 아줌마는 스르륵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요즘와서 이렇게 쉽게 잠이들어. 이러면 살찐다는데.."
"엄마! 나오셔서 수영해요. 마지막 휴가인데 그냥가면 후회할꺼예요."
8살짜리 막내녀석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