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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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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샘터


BY mujige.h 2000-11-07

커피 한잔에 출렁이는 시간이 잡힙니다

불현듯 옛집의 샘터가 보입니다

그 우물 하나로 여러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며

언제나 아줌마들의 높은 말소리와 웃음소리..

또한 어린 우리들의 놀이터로 온갖 동화가 샘물처럼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여름날..개울이 멀던 우리는 목마른 물장난을 그우물 곁에서 해결 하곤 했지요

어른들의 걱정을 몰라라 하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우아우아 웃어대던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더러운 물이 샘에 들어간다며 역정을 내시는 엄마들 한테 ?겨나는

어린 마음은 마냥 아쉽고 서운 했지요


어느날엔가 한아이가 우물 안에 비누를 빠트렸습니다

온 샘물을 퍼내고 한 아저씨가 깊은 우물 속까지 어렵게 들어가서

비누를 꺼내는 동안 우리는 멀찍이 서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습니다

그날부터 며칠간 아이들은 샘터에 얼씬도 하지 못했습니다


집집 마다 자기 두레박이 있어서 더운 여름에는 수박이나 참외를

두레박에 매달아 우물안에 담가서 차게 식히고

늦은밤 들마루에 온식구 모여 앉아 모기를 쫏아가며

시원한 과일을 달게 먹곤 했읍니다


그리고 두레박 줄은 자주 끊어 졌읍니다

어느 한집에 있는 쇠갈쿠리는 언제나 소중한 연장 이었읍니다

조심스레 빠진 두레박을 건져 올릴때는 모두들 숨죽이고 잔뜩 긴장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길다란 두레박줄은 점점 짧아져 갔지요

누구네 두레박줄과 깡통이 새것으로 바뀌는 날엔 한번씩 샘물을 길어 올려보며

좋으네! 좋으네~

감탄들 하며 우리것도 갈아야 한다면서 부러워 했습니다


엄마들의 샘터 일이 뜸해질 무렵이면 우리들 놀이도 시들 해지고

우물로 몰려든 아이들은 깊은 우물안에 머리를 들이 밀고

노래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서로의 이름도 부르면서

되돌려 나오는 재미있는 소리에 다시 신이 났습니다

우물터 가장자리는 어린 우리마음에 꼭드는 소꿉 놀이터 였습니다

식사준비로 바빠지시는 엄마들한테 ?겨 날때까지

뜨거운 햇빛도 아랑곳 없이 놀기 좋았던 자리였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샘물도 줄고 수질도 나빠지며 이웃에 수도가 들어오고

엄마들은 편한 세상의 혜택에 고마워 했습니다

동네의 샘터가 하나 둘 사라졌습니다

빨래물을 길어가며 엄마를 돕던 나의 수고도 그날부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해부터 정월과 팔월 대보름날 우물가를 돌며 축원 해주던

동네 아저씨들의 꾕가리소리와 북소리 날라리소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 아------ 정말 그리운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