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그리운 엄마에 대한 칼럼을 써서 본의아니게 독자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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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가 대전 우리 집에 놀러 오시면 곤혹스러워 하는 게 한가지 있다.
[에피소드 1]
남편의 쟈켓을 사러 엄마와 백화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에피소드 2]
엄마가 부산에 가시는 날,
엄마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 듯 나에게 되물어 보길,
10분이 지나도 버스도 택시도 오질 않자 '엔터프라이즈' 마나님이 다시 우리 곁으로 오셨다.
"저도 부산에 몇 년 살았어요. 남편이 부산에서 '부시장'으로 있었거든요. 그 때 공관에서 살았는데...하여튼, 좋더라구요. 생선도 싱싱하고 해물도 많고...."
잠깐 사이에 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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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 사람 앞에는
참 이상하지?
산이나 들판, 길섶에서
수줍어서 더 예쁜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반지꽃
그래서 오늘은 재밌는 엄마 -기분을 up 시킬 수 있는- 글을 올립니다.
사실, 저의 어머닌 매우 재밌는 분이세요. 화끈하시구요.. 엄마의 에피소드 두편을 올릴텐데 좀 염려가 되요. 현장에 있었던 전 우스워 배를 잡았지만 제가 리얼리티를 살려 글로 잘 옮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네요.
이 곳 사람들의 말씨가 경상도와는 달라 사람들의 말을 쉽사리 알아듣지 못하신다는 건데...
나도 이 곳에 왔을 땐 한동안 말씨 때문에 적응이 어려웠는데 평생을 경상도에서 사신 엄마의 고충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5층에 있는 남성복 매장을 여기 저기 둘러보신 엄마는 한 매장앞의 마네킨에 입혀져 있는 쟈켓을 맘에 들어 하셨다.
엄마와 내가 마네킨 앞에서 서성이고 있자니 종업원이 후다닥 뛰어 나온다.
"어서 오십시오, 이 쟈켓 맘에 드십니까? 봄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소재로 부담없이 입을 수 있습니다. 최고 인기 제품입니다......"
"무신 말이 이렇게 많노? 하나도 못 알아 듣겄다. 값은 얼만교?"
"예?"
"가격이 얼마냐구요?" 옆에 있던 내가 통역을 한다.
"예에.. 235,000원입니다"
"머시 이래 비싸노. 얼마라카노?" 눈이 휘둥그레진 엄마는 나에게 되물어 보신다.
"엄마, 235,000이라네요. 너무 비싸다.. 엄마, 다른 곳에 가봐요"
엄마는 옷이 맘에 드는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시고 종업원과 흥정을 시작하신다.
(엄마에겐 백화점이란 곳이 시장과 별 차이가 없다)
엄마는 다짜고짜,
"어이, 총각... 얼마까지 해 줄 수 있노?"
"예?"
"한 번 깍아 봐라. 그래야 또 올거 아이가?"
"손님, 저희 브랜드는 할인이 안됩니다."
"다른 데서는 세일한다고 싸게 팔던데.. 여긴 와 안 깍아주노?"
"백화점 세일기간에도 저희 인터메조는 할인을 안합니다"
"머라꼬? 인도메주?"
"네? 여긴 인터메좁니다"
"인도메존지 인도메준지 한번 깍아봐라"
"곤란합니다"
"곤란할기 머있노, 조금만 깍아봐라"
"정말 곤란합니다"
"젊은 아~가 고집도 쎄제...그만두거라."
깍기에 실패하고 매장을 나오신 엄마는 한동안 투덜거리신다.
"하고 많은 이름중에 '메주'가 머꼬.. 이름도 얄궂제. '인도메주'라꼬."
기차역으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며 두런두런 얘길 나누고 있는 우리 모녀(母女)앞에 누군가 다가왔다.
나이 50쯤 되어 보이는 중년여성이었다.
외모도 준수하고 차림새도 깔끔하니 첫눈에 부잣집 마나님 냄새가 났다.
"유성시장 가려는데 몇 번 버스를 타야하죠?"
나는 바로 옆의 버스 정류장을 가리키며,
"네, 705번 좌석버스가 갑니다. 저기서 타세요" 친절히 대답했다.
이 마나님.. 다시 묻길,
"어휴, 시장 가면서 좌석버스 탈려니 아깝네... 일반버스는 가는 게 없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버스를 자주 안타서.."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좀 떨떠름했다.
'저렇게 비싼 골프웨어를 입고 있으면서... 날씨도 추운데 그냥 좌석버스 타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 마나님,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이 택시 오기만 기다리고 계시는 엄마에게 말씀 건네길,
"어휴, 날씨도 추운데 버스가 너무 안오네, 그쵸 할머니?"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툭 내뱉으며 대꾸하시는 엄마.
"야. 버스고 택시고 코빼기도 안뵈네..."
마나님은 슬쩍 웃으며 또 말하길,
"나는 돈 아낄려고 이렇게 버스만 타고 다니는데, 우리 남편은 '엔터프라이즈' 타고 다녀요"
묻지도 않은 말은 줄줄이 늘어 놓자 울엄마 대꾸하시길,
"하모, 안팎으로 아끼야 잘 살지. 부부는 그래야 되는기요"
"?????"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두 분이 무언가 말이 맞지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는데....
마나님은 다시 또박또박 말을 건넨다.
"아뇨, 남편과 아이들은 너무 헤퍼요. 집에서 아끼는 사람은 나 뿐이라구요."
"............"
엄마는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마나님도 이게 아닌데 싶어 슬쩍 자리를 피한다.
"방금 무슨 차라 카더노, 아직도 '프라이드' 탄다고 안카더나? 요새도 '프라이드'가 있는가배"
*^^*
"할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경상도 분인 것 같아요?"
"야. 부산 사는데 딸네집 왔다가 가는 길인데, 차는 와이리 안오노..."
이 마나님이 맘에 안들었는지 엄마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딴전이셨다.
혼자말을 자랑삼아 늘어놓는 참에 705번 좌석버스가 왔다.
"어머, 버스왔네. 오늘은 너무 추워서 그냥 좌석버스 타야겠다" 하며 후다닥 뛰어가는 마나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울 엄마. 또 한마디 던지신다.
"뭐라카더노?"
"응, 부산이 좋다구요."
"그거 말고...부산에 있을 때 '시장'에서 장사했다카제... 무슨 장사 했는고?"
*^^*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이 봄에 놓칠 수 없는 꽃!
잠깐 감상하세요!
한번쯤은 봤던,
자주 제비꽃입니다.
으로도 불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