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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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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적 자유


BY 믈옥 2000-11-07

29년을 봉직한 회사를 퇴직한날.남편은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광부터 시작하여 베란다까지.
그동안 바빠 나를 도와주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무언가 해야만 했을까......
며칠 서재에 책들을 정리하고 회사의 짐들이 들어오고,
출근 하지 않는 남편이 안스럽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바쁜 나날이 이어지면서 내손 엔 물마를 날이 없었다,
나는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자기는 제삼의 인생을 시작 한다고 했는데, 나는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었다,.
하루 새끼 밥차리고 청소하고 빨래하면 또 하루가 닥아오고,나는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데,자기는 자기의 계획대로 자기 할일만 하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무엇하는 인생인가,
점점 마음에 견딜수 없는 속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람쥐 채 바퀴도는 듯한 내 생활이 싫어지기 시작하고,
서재에서 공부한다고,tv의 바둑돌소리도,
스포츠 중계소리도,모두가 내 고막에서 울려,
견딜수 없을 정도로 나의 뇌파를 두드렸다.
나의 공간이 없어졌다.
남편은 당당히, 나의 존재는 아랑 곳하지도 않고,자기의 생활를 아무 꺼리낌 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데, 나는 그속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할수가 없었다,
커다란 거실를 혼자 차지하고.tv도 혼자 마음대로,컴도 종일 혼자 두드리고,아파트 좁은 공간에서 종일 피워 대는 담배연기,나는 머리가 아프고 메시 껍기 시작했다.
한치의 공간도 차지 못하는 내가 서글프고,
딸의 방에서 안보이는 눈을 비비며,tv를 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기 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정신 적인 속박이 싫었다.
수십년을 간직해온 낮시간 동안의 자유를 잃은 것이다.
종일 남편과 같이 있다는 정신 적인 속박 감이다.
아무일도 할수가 없다.
그냥 단순노동 밖에.......
이제 나의 공간을 찾아 글도 쓰고,책도 읽고,
간혹 친구랑 전화도하고 산에도 가고 싶으면 가고,
이 모든것을 할수 있는 정신적 자유를 누릴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래야 무엇이던 지 할수가 있다.
결국 같이 있어도 혼자인 것처럼 자유로워야 무슨 일이 던지 할수 있다.내가 그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나이의 주부들이 격는 또하나의 고민이 이것 이리라.
퇴직한 남편을 이해 못하는게 아니라,
주부들이 정신적 자유를 누릴수 있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제 남편이 퇴직한지 두달이 되었다.

이제야 정신 적 안정을 조금은 회복하여,틈틈이 글도 쓰고 내일를 할수 있을것같다.
남편들은 직장 생활를 하면서, 여럿이 있어도 자기 일를 할수 있는 정신적 훈련이 되어 있지않은가,
그러니 남의 공간에 들어 와서도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일만 하는게 아닌가?........

고부 간에 갈등도 마찬가지 일꺼란 생각이 든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주부들이 아침식사 끝나면 무슨일를 만들어서라도 외출를 한다고 들었다.
이 또한 시어머니와 종일 같이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누릴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가족이란 공감과 주부의 정신적 자유와는 다르다.
이 글을 읽는 주부들에게 혼동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 시간은 1시 40분,
인터넷에 글를 올리는 나만의 시간이다.
이것이 나와 남편이 잘 살 수있는 공동의 공간을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또 세월이 더 지나면,
서로의 마음 다침이 없이
이 작은 공간에서 서로 정신적 자유와 행복과 미래를 꿈꿀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2000년 11월 6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