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줌마 축제의 날!!
새벽5시에 기상하여 잠을 뚝뚝 흘리면서 밥을 하고
상쾌한 아침바람 집안으로 솔솔 들어오게 하고는 깁밥을 싼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내 친구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여...
오늘 하루만큼은 모든 일상을 잊고저 소풍을 가기로 모처럼 큰맘먹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지루하다며 몸을 비비 꼬는 아이들을 달래어 어찌어찌 강남터미널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전철 타볼 기회를 준다.
두리번 두리번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고 모든게 좋아 보였는지
마냥 달뜬 표정이 역력하다.
양재역에서 내린 우리는 아이들도 있고 해서 택시를 타기로 하였는데...
몇번의 승차거부가 있었고, 마침내 탄 택시기사 아저씨는
문화예술공원을 잘 모른다고 한다.
"양재시민의 숲 옆에 있다던데요, 근데 양재시민의 숲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고 했어요..."
하며 주최측에서 주의사항으로 일러둔 말을 전한다.
장소를 모르는 기사아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한참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살피며 이정표를 찾고 있을 때 남편에게서 핸폰이 왔다.
정신없으니 일단 끊자고 했다.
다행히 계속 가다 보니 문화예술공원이 나왔는데
곳곳에 아줌마들이 보따리를 들고 어딘가를 가고 있었기에
그곳이 맞을꺼라며 우리도 따라 갔다.
행사장인 공원은 너무도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푸르른 숲속에서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하루종일 산책을 하여도 좋을 듯 싶었다.
드디어 행사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도우미 직원들의 바쁜 손길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아이디를 적어 이름표를 달고,
혹시 에세이방이라고 쓴 팬말이라도 있을까 싶어 살펴보았으나 없었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하고 살피던중 "어머 연숙씨" 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방에 자주 들르시는 설리님이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손을 맞잡고 따스한 눈길로 반가운 마음을 주고 받았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반가이 불러준다는 것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가슴 설레이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가지고 곁에서 의아하게 지켜보며 재미있어 했다.
무대쪽에 햇빛이 한창 내리쬐는 시각이었기에 그늘을 찾아 자리를 깔고 보니
바로 옆에 나의 복숭 아지트님들께서 맛난 음식 차려놓으시고
우리에게도 맛난 떡이며, 매콤달콤한 홍어회, 그리고 수박까지 건네주신다.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정성으로
내가 싸온 김밥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오신다고 했던 수련님의 안부가 궁금하여 방송으로 경남 창원에서 올라오신 수련님을 찾고...
좀 있다 수련님은 "쟈스민님이나, 설리님 계시면 무대쪽으로 와 주십시오"라며
서로가 서로를 애타게 찾는 방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전혀 낮설지 않은 익숙한 얼굴인듯 싶었다.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얼싸안고, 또 익숙한 아이디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님, 코스모스님, 행우니님 ...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러대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단체사진 촬영중에 주홍빛 쟈켓을 입은 바늘님을 만났다.
글에서 만난 느낌과는 좀 다른 아주 씩씩하고, 밝은 모습이셨다.
그리고 요즘 많이 힘드실 새로미님도 멀찌감치서 보이셨다.
어느 정도 통성명이 끝나고, 그룹사운드 공연과, 장기자랑이 연이어 펼쳐졌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네분의 아줌마들이 화음을 맞추어 노래해주신 초대손님 코너였다.
흔한 대중가요가 아니라서였을까? 아니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정말 듣기 좋고 마음을 상쾌하게 열어주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멋진 분위기로 행사의 오프닝을 장식해 주신 그룹사운드 샤인의 연주와 노래도 참 인상 깊었다.
아줌마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어디에서 저런 저력있는 소리가 나오는 걸까?
그때는 정말이지 내가 아줌마라는게 절로 자랑스러웠다.
그날 노래를 부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정상 일찍 자리를 떠나야 하시는 수련님께서
멀리서 오셨으니 기꺼이 내 노래 듣고 가셔야 겠다고 하셔서 조금 앞당겨 노래를 불렀다.
그다지 잘부르는 노래도 아니고, 입상도 못했지만,
사이버 작가방의 식구들의 환호에 힘입어 얼떨결에 노래를 했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기 직전에 운동화를 잃어버려서 ...
솔직히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같은 대전에서 왔다며 반겨주시는 코스모스님,
친정이 대전이라고 하시는 올리비아님,
같은 충청도 공주에서 오신 설리님,
부천에서 오신 행우니님,
맏언니 같으신 수련님 등등 응원부대가 있어서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전혀 낮설지 않은 얼굴들,
왠지 마음이 통할 것 같은 분들을 만나뵐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흐믓한 하루였지 싶다.
자기네 엄마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고 속상해 하는 우리 작은 딸아이의
심통난 볼이 꼬집어 주고 싶도록 귀여운 하루였다.
결국 운동화는 찾지 못했지만,
선뜻 벗어주시던 위원장님의 운동화를 신고
지는 해를 뒤로 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
졸지에 주인이 바뀐 운동화를 내려다 보니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맨발의 청춘이 아니 되길 다행이지... ㅎㅎㅎ
마침 좌석이 맨 뒷자리였는데 창가로 앉은 아이들은 모두 다 잠들고...
나 따라 강남같던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는 길
그렇게 하루쯤 나와 함께 기꺼이 동행해준 친구가 아주 많이 고맙다.
그녀와 난 한 직장의 동료이기도 했으므로 일요일 하루쯤은 푹 쉬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함께 가자는 나의 제안에 선뜻 응해준 걸 보면 내겐 분명 소중한 친구이다.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렀는가 싶게 금새 대전에 도착되었다.
어둠이 내리고 친구도, 나도 남편들로부터 지금 어디냐고...
핸폰이 걸려오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친근하기만 한 그녀들을 만난 하루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두고 두고 꺼내보고 싶은 추억의 한 장이 될 것이다.
그곳에 모인 수많은 아줌마들 !!
하지만 누구하나 푹 퍼진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으며,
무슨일을 하든 적당히 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야무져 보였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시는 분들!!
감히 언니라고 불러도 좋을 선배님들이 너무 많아서
난 마치 내 자신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진 느낌이 잠시 들기도 했다.
살다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손내밀어 내 손 잡아 달라고 해도 좋을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목의 어둠은
나만이 아는 기쁨으로 넘치고 있었다.
참 소중한 하루였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행사를 위하여 애써주신 아컴의 황인영 사장님 이하 임직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