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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BY 봄비내린아침 2001-04-23
두명의 아줌마가 하릴없이 가게에 들어섰다
마흔은 되었을듯..
드라이어로 잘 말려서 빗질한 머리며
제법 세련되게 그려넣은 화장법이며..
금새, 느낄 수 있다
'아,,,좀 까다롭겠네..' 또는 '판매는 힘들겠어..'
오래된 장사경력에서 오는 빠른 눈치로 대충 손님의 부류를 가늠하곤 한다.
이런, 손님은 대개가 '노타치'타입이다.
누구의 권유나 간섭이나 뭐 그런따위의 배려를 강력히 거부하기 때문이다.
우리 매장에는 구경거리가 참 많다.
물론, 여자들 기준에서 보아 그러하겠지만
악세사리,문구, 팬시, 화장품, 생활용품 등등등...
가지가지, 각양각생의 제품이 빼곡히 들어찬터라, 흔히들 일컬어서
'시간떼우기 좋은곳' '눈이 즐거운곳'이라고 일컫는다.
손님의 부류며, 연령층도 다양하고 폭넓어서 관리하는 일이며 손님을 대하는 일도 여간 까다롭지다 않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왠만한 '그들의 트집' 따위엔 그러려니하고 넘기고 만다.
아까의 그녀들중 1명은 핸드폰 악세사리 앞에서 꼼꼼 뒤적이고 섰다.
그리고 좀 더 까탈스러워 보이는 또 다른 그녀는 화장소품앞에서 아까부터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린,슬쩍 한번씩 눈길을 주긴 하지만 나도 아가씨도 그예 아는체나 간섭을 않았다.
"저기,,,,아가씨!!!
아이펜슬 이거 얼마예요?
"네..4천원인데요"
"4천원? 치.. 뭐 화장품전문점이나 같네...궁시렁 궁시렁"
그래도 나나 아가씨들은 그러려니 딴짓을 했다.
필시 기분나쁜 어투고, 말이었지만 못들은척 해 주었다.
보통은 이럴경우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한다해도 씨도 안맥힐뿐더러 언성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그녀가 말한다.
"화장품집 가면, 샘풀도 많이주는데,,,거 가서 사지 뭐."
"네.....그러세요.그럼"
약이 오른 아가씨가 또랑하니 대꾸를 해주었다.
그녀들이 우리 기분따위 상관않듯 우리 또한 그런 손님에게 그닥 마음 상하기 싫은 이유로 순순 웃고 말일이다.
근데,, 그녀는 아가씨의 반응에 끄떡도 않고 다시 묻는다.
"여기, 흑색 펜슬 하나 골라줄래요?"
"...??네..>
가까이 있던 아가씨가 좀은 의외의 표정을 지으며, 그녈 한번 올려다보곤, 선뜻 흑색 눈썹펜슬을 건넸다.
그녀,
용감하고 당당하고 빳빳한 그녀는 서스럼없이 대뜸 쓱쓱싹싹 자신의 눈썹을 그려나간다.
"사실거죠? 손님..."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울 아가씨 억지미소를 올리며 물었다.
"아뇨! 내 자주가는 울 집앞 화장품가게에 가서 사죠. 뭐"
황당하다.
기가 막히다.
"이보세요...사시지도 않을거면서 그렇게 막 그려대면 어떡하나요?"
그녀, 피식 웃으며 뱉아내는 말이 더욱 가관이다.
"아,,, 내 눈썹이 다 지워져서요.."
우린,,이도 저도 못하고 마냥 허탈한 표정만 짓고 섰어야했다.
그런 경우에도 그녀들은 고객이라는 이유로 당당할 수 있다.
그러고도 그녀들은 구석 구석 이쁘고 탐나는 물건들을 만지고 헤집고 다녔다.
아예, 우리들 내장까지 훌러덩 뒤집어놓고는 한참을 머물다가 여유로운 자태로 문을 나서며 하는 말
"이젠,,가자.. 약속시간 다 되었네..."
난,,이렇게 산다.
그러면서 또 웃는다..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