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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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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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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갈대 바람에흔들리다


BY roos 2002-05-21


다섯번째 법원출석을했다
밟기도 이젠 진저리쳐지는 법원마당에서 법정으로 들어가기전 남편과 마주쳤다
경호원과 나를 본 남편은 가시돋힌 눈으로 짜악-- 한번 훑어 보더니 앞서서 법정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앞서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차례가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경호원이 내 귀에다 조그맣게 얘기했다
"오늘은 조용하게 계십쇼 판사에게 바른소리 하지마시구요
판사가 말하는대로 대답만하세요 판사도 어느정도 피고에대해서 알겁니다"
"오늘 모두 판결만 해주면 얌전하게 있어야죠 뭐"
웃음이 나왔다

두사람을 호명했다
피고석에 앉으면서 남편은 곧바로 진술서를 판사앞에 제출했다
한달이 넘는동안 뭘하고 있었는지 남편은 이제야 진술서를 가지고 온것이다
판사가 남편을보고 물었다
"피고는 아직도 원고에게 위자료를 줄 수는 없으십니까?"
"전 지금 줄만한 형편도 못되고 이여자는 내 신용카드하고 반지며시계 현금을 몽땅 가지고 달아난여잡니다
제가 왜 줍니까?"
"판사님 이사람은 말의 80%가 거짓말입니다 진술서도 거짓말로 썼을겁니다 제가 이름을보면 압니다 진술서를 제게 보여주십쇼
아니 원고가 상대방의 진술서를 봐야 되는게아닙니까?"
"보시겠다면 내일 법원으로 오십쇼 "
"지금보면 안되겠습니까?"
"재판이 진행중엔 안됩니다"
"저사람은 지금 진술서를 나한테 보이지않기 위해서 지금 이자리로 가져온겁니다 지금껏 한달이상 뭐하고 이제야 가져오겠습니까?
다 뻔한얘기 아닙니까?"
판사가 내게 말했다
"원고. 판단은 판사가합니다 피고의 진술서를 검토한 후 판결해야 하니까 보름 후에 다시 하겠습니다
그때 모두 판결하겠습니다 오늘재판은 여기서 마칩니다"


5분도 걸리지않은 재판.
난 그저 멍하게 서있을 수 밖엔 없었다
판사는 우리를 조롱하고 있는것같아 난 그자리를 다 뒤집어 엎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매달려 있어야했다
자리를 떠나지않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나를 경호원이 다가와서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있었다
"다음에 한번만 오시면되니까 마음 잘 추스리시고 이만 돌아가시죠"
말없이 땅만 바라보고있는 내게 경호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돈이라도 많이 있어서 변호사에게 의뢰했다면 몇번이면 끝이났을문제를.....
난 나름대로 기막히고 서러운 생각에 코끝이 저려왔다
그래. 돈없는 사람은 이혼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서 난 지금 살고있는거라구

도중에서 경호원과 헤어져 내발길은 노래방으로향했다
이혼하기위해 재판을 받고 돌아오는 여자가 혼자 노래방을 찾은것이다 반드시 목이 다 갈라지도록 불러야 될 노래가 있었기에...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나를 아래위로 한번 죽--훑어보더니 앞서 걸어가 구석진방문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노래방에는 나 외에는 다른 손님은 없는것같았다
밝고 밝은 대낮이었으니...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이제 가노라 저 거친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이제 가노라
김민기가 만들었다는 '아침이슬'은 오래전 독재에 항거하던 운동권 학생들이 불러 금지곡으로 지정된일이 있었다
독재에 항거한 학생들이 인권운동이였다면
남편의 폭행과 욕설과 부정행위에 이혼을 요구하는것도 일종의 인권행사이다

아침이슬은 부르면 부를수록 감정이 고조되고 사람의 마음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위력이있었다
더 부르다가는 난 밖으로 뛰쳐나가 화염병을 들고 법원으로 달려가야 할것만같았다

난 노래방의 모든 불을 껏다
방안은 사물을 겨우 분간할만큼 어둑했다
눈을 감고도 편안히 부를 수 있는 나만의 애창곡이 시작된것이다


주예수 내가 알기전 날 먼저 사랑했네
그 크신 사랑 나타나 내영혼 거듭났네
주 내맘에 늘계시고 나 주의 곁에 있어
저 포도 비유 같으니 참좋은 나의친구(98)

주의 진리위해 십자가 군기 하늘 높이 쳐들고
주의 군사되어 용맹스럽게 찬송하며 나가세
나가세 나가세 주 예수만을 위하여
목숨까지도 바치고 싸움터로 나가세(400)

저 장미꽃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499)

구름같은 이 세상 모든부귀영화
나는 분토와같이 내어버리고서
오직 천국의 복만 사모하며사니
주여 내 작은이름 기억하옵소서
주가 나의 이름 보좌앞에 놓인
어린양 생명책에 기록하셨을까(532)

내 온몸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되어 방안의 소파에 내동댕이 쳐있었다
그러나
지치고 메마르고 상한 갈대는 오늘도 내일도 굳세게 비바람과 맞서 싸우며 나붓낄것이다
누군가 내게 돌을 던질지라도.....

----never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