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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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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 자리 지켜 나가기~


BY 장미정 2000-11-06



일주일 전......
"이현에미야, 울 집에서 고향계를 할건데,
인천 조카가 와서 도와준단다.
그런게, 넌 신경 쓰지 말고, 가게일 봐라."

하시는 시어머님의 말에
난, 신경쓰지 마라는 말이 더 부담 되었다.

"어머니, 몇분 오세요?"

"계원은 20명인데.
한 15명 안팍으로 올것같네..."

으미~ 말이 15명이지,
그 많은 인원수의 입을 막을려면 음식을
얼마나 해야하지?
여태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첫애 이현이 돐잔치를 혼자서,
회사직원들이 많아, 나눠서 2박 3일 동안
해냈던 내가 아니였든가.

옆에서 남편이 거들어 준다는 말이라곤.
"엄마...이현이 엄마 일 잘해.
예전에 동료들이 음식 잘 한다고 칭찬 많이 했어."

어구!
이 인간, 평생 도움이 안 된다니깐...

금요일 부터 김치 다섯포기 담고,
장보고...음식하고 으미~ 내 허벅지~
지가 내리는 바람에 주물러 가면서 일하는 내 처지가
장난이 아니였다.

음식 재료 다듬으며,
포항에 있는 친정 엄마가 갑자기 생각났다.
어무이~~
왜 갑자기 서러운 생각이 드는지.....
토요일 눈 뜨자마자,
애들 유치원 보내고,
종일 일을 하는데,
시엄니 찜질방 가셔서 저녁 9시 오시고,
남편, 밤 12시 넘어서, 기웃거리며 나타나고,
어찌 하오리까!~

내일 손님이 15명이 온다는데,
좀 도와주지.....
내가 이 집 종살이 하러 온거 아닌데.....

드디오,
일요일!
오전 11시가 되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셨다.
현관에 벗어 놓은 신발 수를 세아려 보았다.
17컬레 였다.
그 넓은 집도 좁디 좁아 보였다.

잡채,닭튀김,오징어무침,불고기등
접시는 금방 비워졌다.

한 냄비 가득했던 식혜는 금방 바닥을 보였다.
힘들게 해놓은 음식은 표시도 없이 사라져
가는 걸 보니,
갑자기 허무감이 밀려왔다.

쌓여가는 건, 씽크대의 빈 그릇들....
난 처음 알았다.
우리집 싱크대에 수없이 많은 그릇들이
담아 진다는것을.......

거의 배불리 드셨는지,
후식으로 과일과 차, 그리고,
술상을 봐주란다.

그리고, 펼쳐지는 화투판....
난 그제서야, 설겆이에 돌입했다.
그런데, 반쯤 씻을즘,
오른쪽 허벅지에 지가 내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게 터지고 만것이다.
절뚝 거리며, 우리방으로 달려가
남편에게 주물러 달라고 호소를 했다.
애들과 남편 매달려 주물러 주는 성의를 보였다.
남편.......
미안 한단다.
수고 많단다.
그리고, 웃으며,
"알탕! 디따 맛있다야~~"
애교를 부린다.

잠시 설겆이 하다말고,
우리방에 있는 나를 부르시는 시엄니....
?아가 안방에 가보니,
우리시엄니, 나 손을 붙잡으며,
"여보쇼~ 야가 우리집 며느리 아닌가...
야가....여태 음식 만들고,다 했어.
나는 어제 찜질방 갔다가 늦게 왔더만,
지가 장봐가지고, 혼자 딸거득 거리더만,
이렇게 뚝딱 다 해놓었잖여....."

그리고는 손님들께 인사를 시킨다.
다들 칭찬을 해주신다.
맛있었다는둥.....혼자 욕봤다는둥....

순간.....고된 피로감은 사라지고,
뿌듯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총무라 하시며,
흰 봉투를 주신다.
십만원이 들어 있었다.

난, 사실 싫었다.
요즘같이 좋은 세상.
뷔페나 큰 식당에서 예약해서 하시지....
뭐 집에서 해먹냐고 시큰둥 했다.
하지만, 시엄니가 준비 하라시는데,
어찌 하리........

하지만, 이렇게 수고했다고
고생한 걸 인정 해주는 그 말 한마디로
힘겨움은 녹아 내렸다.

계모임이 끝나고,
해질 무릅, 가시는 길 배웅 하는데,
다들 손 잡으며, 인사 하신다.
"착하다.""요즘, 시엄니 모시고, 이런일 하기
힘들다." "욕봤다."

우리 시엄니, 옆에서 어깨를 으쓱 거리시며,
좋아 하신다.

다들 돌아가고 오붓한 가족들만의 저녁시간.
큰 아들. 며느리. 시엄니
셋이 오붓하게 맥주 한잔씩 하는 자리에서
남편이 하는 말.
"엄니......며느리 덕에 오늘 체면
단단히 세웠네요."

"그라제.....내가 울 며느리 없음.
이 일 못 치르지....암.....
이현네야...오늘 수고 많았다."

그러시며 내 등을 어루 만져주신다.
며칠 전 부터 신경 쓰였던 큰 일이였지만,
휴유증으로 몸살도 앓겠지만,
그래도, 할 만했다.
맏며느리 자리, 결코 만만치 않은 자리다.
잘하면, 당연 한것이고,
못하면, 욕이란 욕은 다 얻어 먹었던 자리 아니였던가.
하지만, 큰일 앞에선
그래도 든든한 한 집안의 대들보 아닌가.

대단한 자리도 아니지만,
"맏며느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여~"
하며, 첨엔 너무 어려웠던 시엄니가
내가 앉아 있는 자리를
잘 해낸다고 인정 해줄때,
정말 보람되고, 뿌듯했다.

오늘, 은행 가야할 일을
어머님 대신 해주신다.
그 정도 심부름은 해줄 수 있으시다며....
훗~
남남이 만나,
시어머니. 며느리 라는 호칭으로
가족이 되어,오붓하게 산다는 것이 쉽지 많은 않은 일.

하지만, 우린 큰 갈등없이
잘 지낸다.
어느 한 쪽이 잘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양쪽에서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그래야만 원만한 관계유지가 되는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