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전에 해병 내 아들이 이병에서 일병이 되었다. 일병되었노라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토요일 면회갔더니 씩 웃으며 앞가슴팍에 붙은 시꺼면 줄 두개를 짚으면서 보란다. 작대기 두개! 두개인데 왜 일병이라고 하는지? 한개일 때는 왜 이병이라고 하는지? 숫자개념이 뒤바뀐 느낌이다.
일병이 되어서 달라진게 몇가지 있다는데 예를들면 밥을 먹을 때 물을 먹을 수 있단다. 이병 때는 밥 먹고 물을 먹을수가 없단다. 밥을 비벼서 먹을 수 있다고한다. 물론 이병때는 안되는 일이다. 길을 걸을때 팔을 휘 저을수 있다던가? 이제는 맘에 드는 운동화도 신을 수 있다고 한다. 다 이야기 할 수 없는 듯 자랑스런 비밀이 좀 있는 모양이다.
정말 우리 아들 벼슬했다. 논 서마지기랑 안 바꾼다는 작대기를 한개 더 달았으니 대단하다. 군생활에 익숙해져 가는데 꺼칠하고 삐썩 마른게 초라하고 불쌍하다. 물론 눈에는 총기가 있고 몸은 건장해진건 사실이지만, 내 아들에게서 자유를 빼앗아가버린 이 생활은 애처롭기 이를데 없다.
인생순서를 잘못 돌고 있는 내 아들! 장가들고, 아기낳고, 군대가고, 뭔가 순환을 거꾸로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가들고 입대했으니 나이많은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지루하니까. 좀 바꿔 돌아도 되긴 될테지만 거꾸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긴 한다지만, 우리 아들의 서울은 어딜까?
정말 이렇게 돌아도 나중엔 피장파장일껀가?
아들 면회 다녀오면서 늘 생각하는건 세여자 만나고 귀대하면
좋긴 좋은가? 궁금하다. 오히려 더 심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엄마, 마누라, 딸, 3대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우리 아들 여자 복두 많다. 여자 셋이 맘대로다.
이제 내 아들에게도 이병들이 밑에 있으니 6개월 군대밥 먹은 작대기 두개값을 할 것 아닌가?
"졸병들에게 잘 해 주어라!" 엄마가 간절히 일렀다. 네가 당한대로 갚아서는 아니된다. 네가 괴롭던 것들을 생각하고 부디 잘 해 주거라" 단단히 일렀다.
"그럼요! 잘 해주고 말고요. 욕 한마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잘못하는 것은 친절히 가르쳐 줍니다. 컴프랙스가 없으니까요. 군대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어머니!"
"너 나이 먹었다고 힘쓰냐?"
"너 애 아범이라고 으시대냐?"
"너 서울대 나왔다고 뻐개?"
"너 빽이 있는 모양이지?"
모두가 우리 아들에겐 핸디캡이다. 좋은 조건이라고는 없다. 그저 덩치 좋고, 믿음 좋아 하나님의 용광로에 들어왔다는 심정으로 견디고 또 견디는 것 뿐이다.
귀대하려고 외출증 확인하다가 주머니를 부시럭거리더니 건빵 여닐곱개를 내 놓는다. "이게 뭐냐?" 물었더니 배고플 때 먹는 것이란다. 군대 배 안고프다고 들었는데 건빵 같은건 과자로 알지도 않던 아인데 "엄마 잡숴보세요 맛있어요" 일부러 한번 먹어보았다. 아들의 고난을 함께 씹어보았다.
"오늘은 그래두 긴밤입니다. 어머니!" 밤에 보초가 없는 날이라는 뜻이다. 하루 걸러 산꼭대기 올라가서 새벽1시에 보초를 선다.
긴밤의 고마움 마져 체득한 내 아들은 아마도 제대후엔 한??성숙해 있을게다.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손녀딸 이현이의 아버지로서, 큰 나무로 버팀목이 되어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이현이가 멀미를 하고 많이 보채서 고생을 많이 했다. 언제나 우리 세여자의 화성(해병대 사령부가 경기도 화성에 있다.)가는 길이 끝이 날려나?
내 아들을 돌려다오! 내 남편을 집으로 보내줘요. 나는 아빠하고 살래요! 세 여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외친다. 내 아들의 제대는 아직도 365일에 여섯달을 더 보태야 한다.